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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우측)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는 것에 대하여

영화 가가린 스틸컷

1961년 4월 12일 당시 공산주의국가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하자, 프랑스 공산당은 공산주의에 대한 희망을 심기 위해 파리에 ‘가가린’이라는 이름의 서민 아파트를 건설한다.

영화 <가가린>은 1963년 유리 가가린이 이 아파트를 방문해 기념식수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50년 넘는 세월이 흐르자 정부에서 이 아파트를 철거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한다.

이곳에 살며 유리 가가린처럼 우주비행사의 꿈을 꾸는 흑인 소년 유리(알세니 바틸리 분)는 친구들에게 절대로 철거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며, 아파트 리모델링을 위해 자기한테 빌린 돈을 갚아달라고 말하지만 비웃음만 산다.

다행히 디아나(리나 쿠드리 분)라는 또래 여자아이의 도움으로, 고물상에서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얻는다.

유리는 그 물건들로 아파트 복도를 우주선처럼 꾸민다.

얼마 후, 철거를 위한 실사단이 오자 유리와 몇 명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고 어필하려 하지만, 더러는 도저히 여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말한다.

갈 곳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이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1층에 불을 질러 모두 대피하는 일이 생긴다.

조사단은 이에 이 건물은 너무 위험하니 6개월 안에 철거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주민들은 이사를 서두르지만, 유리는 이곳을 지키기 위해 남는다.

유리 역시 엄마가 데리러 오기로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새아빠와 사이에 아이를 임신해서 지금은 같이 살기 힘들다는 엄마의 쪽지와 돈 몇 푼만이 놓여있다.

결국 유리는 철거가 시작된 집에 홀로 남게 된다.

유리는 뭔가를 생각하다가 망치로 옆집 벽을 깨부수고, 또 그 옆집을 깨부숴 과거 유리 가가린이 탔던 우주선 통로처럼 만든다.

그는 밤마다 관련 영상을 보면서 자기 집을 거대한 우주선으로 개조한다.

유리는 디아나를 자기 집에 데려와 함께 놀기도 하고, 집 건너편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가가린’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밤새 철거반이 디아나의 집에 찾아오자 아침에 디아나는 가족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렇게 유리는 진짜 홀로 남게 된다.

유리는 난방은커녕 추워서 물도 잘 안 나오는 집에서 홀로 지낸다. 그러나 유리가 홀로 지내는 걸 모르는 철거반은 가가린을 폭파하기 위해 폭탄을 설치한다.

다이나가 아직 7층에 사람이 있다고 말해도 그들은 건물에 아무도 없다며 디아나의 말을 무시한다.

한때 공산당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기 위해 건설한 가가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걸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유리 역시 역사적인 일을 꾸민다.

하지만, 유리의 계획이 수포가 되자, 사람들은 그제야 유리가 무엇을 원했는지 알게 된다.

영화 <가가린>은 가가린에 사는 유리를 통해 소중한 것이 사라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남들이 볼 때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처럼 보여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쉽게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지만, 누군가는 수십 년째 한 아파트에 살면서 언제 철거될까 불안해하며 지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노후화돼 위험하니 다른 안전한 곳으로 이사 가라고 하지만, 이사 갈 돈이 없거나 혹은 수십 년을 살면서 맺어온 인간관계가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아서 혹은 몇 년 전 집 나간 가족이 언젠가 다시 돌아올까 봐 쉽게 이사 가지 못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철거와 재건축이 확정되면 이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집행’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한 완장을 찬 ‘철거 용역반’이 무자비하게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는다.

설령 법에 따른 집행이라고 해도, 법을 만든 게 사람일진대 그렇게 인정사정없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영화 <가가린>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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