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재미없는 K-좀비 영화
13년 전 영화 <미스터 좀비>를 선보인 이수성 감독이 이번엔 <강남좀비>를 내놨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로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장소가 된 ‘강남’이라는 지명이 제목에 사용된 데다,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으로 이른바 ‘K-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터라 국내 개봉 전 이미 134개 나라에 수출이 확정됐다.
국내 개봉을 하루 앞둔 4일, 기자들에게 공개된 영화 <강남좀비>는 저예산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강남의 어느 빌딩(사실은 수원 소재의 빌딩이다)에서 한 남녀가 좀비떼를 피해 달아나다가, 왜 이런 상황이 펼쳐졌는지 하루 전으로 돌아간다.
24시간 전(좀비떼의 습격을 받는 건 낮인데, 어떻게 24시간 전이 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남성이 중국에서 밀수한 컨테이너에 있던 고양이의 공격을 받아 좀비로 변한다.
이때부터 그는 날이 밝아서도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그렇게 좀비가 양산된다는 설정이다.
고양이의 습격을 받아 남자가 좀비가 되자마자, 중국에서 ‘우한 폐렴’ 때문에 어떤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는 화면이 나온다.
코로나19도, 그리고 이 영화에서 좀비 바이러스도 모두 중국 탓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인데, 특정 국가를 전염병을 일으키는 주범처럼 묘사한 것이 아쉽다.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 좀비의 몸이 유연하고, 때리는 척만 해도 맞지 않고서도 맞은 척 연기하기도 하고, 소화기 분말액에 좀비가 맥을 못 추거나, 틀니 낀 좀비에게 물려서 감염이 안 됐다는 설정 등 실소를 자아내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과연 외국에서 제목 말고 내용도 보고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대부분의 장면이 한정된 공간(건물 로비)에서 촬영돼 ‘똑같은 그림’으로 보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영화 <강남좀비>는 내일(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