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복제 AI, 인간인가? 로봇인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류는 지구를 떠나 ‘쉘터’라는 공간으로 이주한다. 처음에는 평화롭게 이주에 성공하지만 일부 쉘터가 자치 선언을 하며 전쟁이 발발한다.
이런 내전이 40년 간 이어지고, 뛰어난 전투능력과 리더십을 가진 용병 윤정이(김현주 분)는 전쟁 영웅이 된다. 하지만, 전투에서 작전에 실패해 식물인간이 된다.
인공지능(AI) 개발회사 크로노이드는 ‘최고의 용병’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정이의 뇌를 복제해 ‘전투AI’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개발 책임자인 윤서현(강수연 분)은 정이의 딸로, 연구를 성공시켜 자신의 엄마를 영원한 영웅으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이 종식되며 더 이상 전투AI를 개발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고, 회사에서 정이를 다른 용도로 변경해 개발 하려 한다.
이에 윤서현은 혼란을 느끼고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 <부산행>, <반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등 독특한 세계를 보여줬던 연상호 감독의 영화로 故 강수연 배우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 있다. 짧은 컷트 머리에 결연한 표정으로 용병 정이의 딸인 윤서현 역을 소화했다.
특히, 어머니인 정이의 복제 로봇에게 “자유롭게 살아요”라는 말하는 장면은 그녀를 아끼는 관객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영화 <정이>는 인간의 뇌 복제에 관한 이야기이기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모녀의 정을 담고 있다.
뇌 복제를 통한 AI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인간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AI는 실제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며, 인간에게 친구나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다.
힘든 일과 위험한 일을 대신해줄 수 있으며, 전투용으로 개발하면 인간은 전투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인간의 뇌를 복제한다는 것에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본인이나 가족이 복제에 동의했다고 해도, 엄마의 얼굴을 하고 엄마의 목소리로 얘기하며, 사고하는 AI가 우리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집에도 있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특히, 성적인 용도로 사용된다면 더 참담할 것이다.
정이는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용병이 됐다.
딸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전투에서 식물인간이 되고, 딸 윤서현은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며, 죄책감 속에 살아간다.
게다가 할머니가 엄마의 뇌를 복제할 수 있도록 동의하는 서류에 서명함으로 자신이 생활하고 공부하는 모든 비용이 해결된다. 엄마를 팔아 자신의 생활이 유지된 것이다.
그런 죄책감과 부채감을 안고, 엄마의 전투AI 개발에 매진한다.
대신, 정이의 뇌를 복제해 전투 로봇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매번 엄마와 같은 모습의 로봇이 힘들고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전투 로봇이 된 정이도 자신의 기억은 마지막 전투에 멈춰 있어 AI가 된 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의 고통 속에서도 딸을 걱정하는 애틋한 모정을 보여준다.
이렇듯 영화 <정이>는 인간의 경계가 모호한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뇌 복제라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또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애틋한 모녀의 관계를 조망하며, 진정한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평이한 전개와 예상되는 결말이 아쉬움을 남긴다.
뇌 복제 AI가 인간인지 로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정이>는 오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