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뗄 수 없는 관계
전 세계 영화제에서 무려 51관왕을 기록한 영화 <그대 어이가리>는 삶과 죽음에 관한 영화다.
곡비(哭婢)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우리 소리에 익숙한 동혁(선동혁 분)은 장성해 대학에서 판소리를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장례식에 갔다가 급하게 딸(김유미 분)에게 전화를 받고 집으로 간다.
아내(정아미 분)가 안방 문을 잠그고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선 동혁에게 “오빠 누구야?”라고 묻는다.
동혁은 익숙한 듯 아내에게 얼른 씻고 소풍 가자며, 손수 목욕을 시킨다.
사실 5년 전 아내가 치매에 걸려 아내의 고향에 내려와 살고 있는 까닭에 동혁에겐 익숙한 일상이다.
동혁은 연희가 치매가 걸린 게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데다가, 공연을 핑계로 오랜 기간 집을 비우고 자기가 밖으로 돌아 이렇게 됐나 싶다.
처음 아내의 고향에 내려왔을 때, 정신이 온전할 때 아내가 자기 상태가 더 나빠지면 존엄하게 죽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동혁 입장에선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치매 진행 상태가 빨라져 도저히 가족이 보살필 수 있는 수준을 넘자 장고의 고민 끝에 결국 요양원에 보낸다.
그러나, 도저히 감당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 하루 만에 쫓겨난다.
의사인 사위(장태훈 분)가 급히 집 근처 요양병원을 알아봐 그곳으로 옮기지만, 그곳에서도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정신병원 아니면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무 곳도 없을 것이란 말을 듣는다.
한편, 이 와중에 딸 수경이 임신 소식을 알린다.
영화 <그대 어이가리>는 앞서 이야기했듯 삶과 죽음에 관한 영화다.
치매에 걸린 연희는 결국 생을 마감하지만, 딸은 새 생명을 잉태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는 세상을 떠나고, 누군가는 태어난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아내를 떠나보낸, 그리고 곧 외손주를 볼 동혁에겐 슬픔과 기쁨이 공존한다.
아내가 떠나 허전한 마음도 아마 곧 손주가 태어나면 자연스레 치유될 것이다.
그리고 모두의 축복 속에 태어난 손주도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A Song for My Dear’(내 님을 위한 노래)이다. 그래서일까? 신영희 명창 등 여러 명창에게 창을 배운 선동혁이 직접 여러 곡을 멋들어지게 부른다.
영화 <그대 어이가리>는 내달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