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욕에 나락으로 추락한 남자
그동안 금배지 한 번 달아보겠다며 정치권을 기웃거리던 해웅(조진웅 분)은 20년 만에 여당 공천을 확정 짓는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인 까닭에 해웅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 모두 선거 전부터 “의원님, 의원님” 하면서 비행기를 태운다.
고교 동문회에 갔다가 기분 좋게 집에 돌아오니, 사채업자(김무열 분)가 공천 무산되었으니 빌려간 돈이나 얼른 갚으라며 압박한다.
아니 내일모레면 공천 발표인데 이게 뭔가 싶어 알아보니 ‘보이지 않는 실세’가 해웅 대신 다른 사람을 공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단다.
이에 해웅은 시청에 근무하는 친구(김민재 분)로부터 해운대 개발계획을 입수해, 사채업자에게 이를 담보로 선거자금을 빌려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하지만 개발계획이 변경되면서 해웅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이에 해웅은 본인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얽히며 설키며 극에 재미를 더한다.
영화 <대외비>는 1992년 부산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려던 한 남자가 공천이 무산되자, 대외비를 이용해 금배지를 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특히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이성민이 ‘보이지 않는 실세’로 등장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에 대해 이성민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캐릭터를 겪으며 쌓인 게 진양철 회장 연기로 표출됐다며, 순태라는 인물의 정체를 잘 모르도록 외모를 꾸몄다고 말했다.
또 “권력을 얻으려면 영혼을 팔아야 해”라는 대사가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당선을 위해 서서히 악해지는 해웅의 모습에 대해 조진웅은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며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의) 가이드대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극 중 해웅은 순태에게 이른바 ‘게임이 안 되는 존재’이지만, 막상 두 사람이 연기할 땐 오히려 이성민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조진웅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가며 연기했다고.
반면 조진웅은 (극 중에서 선배인 이성민에게) 대들 때마다 무서웠다고 말했다.
1990년 초를 배경으로 한 까닭에 당시를 재연하기 위해 의상과 소품, 음악까지 신경 썼다. 그렇지만, 촌스럽게 보이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심지어 순태가 필기할 때 잠깐 나오는 만년필은 1991년에 생산된 몽블랑 만년필인데, 이를 구하기 위해 미국의 한 중고사이트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그만큼 디테일에 신경을 썼으나, 기존의 정치 영화와 결이 다르기에 초반부터 중반까지 살짝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한 남자가 나락으로 추락하는 내용의 영화 <대외비>는 내달 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