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이틀 동안 귀휴(歸休) 기회를 얻은 라힘(아미르 자디디 분)은 공사장에서 일하는 매형을 찾아가 누가 7만5천 토만(한화 약 22,500원)을 주기로 했다며, (전 장인에게 돈을 갚고) 다시 교도소에 안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만난 아내(사실은 아직 혼인은 하지 않았다)는 오랜만에 보는 라힘이 수염을 기른 것도 멋있어 보이고, 라힘은 차도르를 쓴 아내(사하르 골두스트 분)의 모습을 처음 봐서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라힘의 아내가 주운 가방에 들어있는 금화를 팔아 빚을 갚으려고 하지만, 금 시세가 매일 달라져서 생각보다 금액이 적어 팔지 않는다.
이에 라힘은 매형에게 자기의 채권자이자 전 장인인 바람(모센 타나벤데 분)에게 줄 보증수표를 써달라고 부탁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복귀를 앞두고 라힘은 가방 주인을 찾는 전단지를 만들어 여기저기 붙인다.
다시 교도소로 돌아간 후, 전단지를 보고 한 여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가방에 금화가 몇 개나 있었느냐, 담배 브랜드는 뭐냐 물으며 주인이 맞는지 확인한 라힘은, 누나에게 연락해 여자에게 가방을 돌려주라고 말한다.
전 장인에게 돈을 못 갚아 교도소에 갇힌 그가 남의 돈을 주웠지만, 착복하지 않고 돌려줬다는 사실을 교도소에서 언론에 알린다.
이 일로 그는 영웅으로 떠오르고, 한 자선단체에서 그를 돕겠다며 모금활동도 벌인다.
그렇게 3만4천 토만이 모이지만, 바람은 3년 전 라힘이 빌린 돈이 15만 토만인데 기별도 안 간다며 툴툴댄다.
여기에 더해 그는 라힘이 지금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바람의 말이 아주 허무맹랑한 주장은 아닌 게, 과거 라힘이 사채 빚을 못 갚아 보증을 선 바람이 갚아줬고, 바람에게도 못 갚자 그가 그를 고소해 감옥에 간 것이었다.
하지만 라힘은 언론 인터뷰는 물론 자선단체 행사장에서도 사업하면서 은행에서 빚을 졌는데 동업자가 도망가서 자신이 빚을 떠안아 교도소에 가게 됐고, 금화가 들어있는 가방을 주운 후 고민했지만, 금은방에서 계산기도 고장 나고, 볼펜도 안 나와서 순간 이건 내 돈이 아니구나 깨닫고 주인을 찾아 돌려줬다고 말한다.
그의 이런 선행에 감동한 의회에선 그에게 일자리를 주기로 한다.
그러나 전 장인이 라힘이 왜 교도소에 가게 됐고, 금화를 왜 주인에게 금화를 돌려줬는지 사실을 폭로한다.
그의 이야기가 SNS에 확산되자, 의회 인사부장은 사실 확인차 금화의 주인 연락처를 묻는다.
적어도 본인은 가방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돌려줬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누나 집 전화로 걸려 온 여자의 번호로 전화를 거니 당시 여자를 태워 준 택시기사가 받는다.
기사 말로는 택시에 탄 후 전화기를 빌려서 전화했단다. 가방을 찾은 후, 금은방에 잠깐 들렸다가 나왔다길래 그곳에 가보니, 이게 진짜 금이 맞는지 묻길래 맞는다고 감정해 줬는데, 주인이 그런 걸 물을 일이 있을까 싶어 미심쩍어 매입은 안 했단다.
그래서 처음 교도소에 걸려 온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해 보니 쥬스 가게다.
도통 가방 주인이라는 여자를 찾을 수 없자, 라힘은 자기 아내를 주인이라고 속여 의회 인사부장에게 데려간다.
그러나 그는 라힘과 함께 온 이들을 믿어주질 않고, 이게 다 전 장인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를 찾아가 몸싸움을 벌인다.
이에 라힘의 전처인 나자닌(사리나 파라디 분)이 그를 고발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고, 이 일로 그를 돕던 자선단체에선 왜 이런 사람을 도와야 하느냐는 회원들의 항의에 난감해 한다.
영화 <어떤 영웅>은 언론에 의해 한 남자가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그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나타나자 겪게 되는 혼란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 그는 가방을 돌려준 후 남에게 알릴 생각은 없었지만, 제소자인 까닭에 교도소로 연락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교도소 측에서 그의 선행(?)을 알고 언론에 알려 이 사실이 여기저기 알려지게 됐다.
처음부터 자기가 가방을 주운 건 아니고, 아내가 주웠는데 아직 혼인 전이라 신원을 밝힐 수 없다고 했더니 그게 뭐가 중요하냐며 주인을 찾자고 한 게 네가 맞으면 그만이라는 답변에 어쩔 수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 전 기자에게 사실은 자기가 사채 때문에 교도소에 오게 됐다고 하니, 그냥 은행에서 꾼 걸로 하자고 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다.
교도소 측에선 얼마 전 일어난 골치 아픈 일을 덮기 위해 라힘의 선행을 알릴 필요가 있었고, 기자 입장에선 기왕이면 사채보단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고 하는 게 조금 더 나아보여서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이고, 사실에 살짝 양념을 버무려 말하니 의도치 않게 사람들이 영웅시 하자 라힘 역시 대중 앞에서 당시를 이야기할 때마다 점점 더 살을 보태 말하게 된 것이다.
결국 교도소도, 언론도, 라힘도 각자의 필요에 따라 거짓말을 한다.
어쩌면 오늘도 이렇게 어떤 의인(義人)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천재 작가’ ‘천재 감독’ 등 예술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많은 이들 역시 언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사실이다.
어차피 대중은 (그에 대해서) 잘 모를 테니, 언론에서 그를 어떻게 추켜세우느냐에 따라 일순간에 ‘천재’로 만들 수도 있다.
‘천재’니 ‘영웅’이니 ‘의인’이니 하는 이들을 펜 하나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언론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어떤 영웅>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