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관한 영화
1920년대 영국의 지배하에서 자치권을 보장받자는 측과 완전한 독립을 해야 한다며 내전을 벌이던 아일랜드.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는 아일랜드의 작은 섬마을 이니셰린의 멋진 풍경에, 아름다운 화음의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며 시작된다.
비록 바다 건너 본토에선 전쟁 중이지만, 이니셰린 사람들의 일상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하다못해 마을에 경찰도 단 한 명뿐이다.
파우릭은 여느 날처럼 오후 2시 콜름에게 같이 술집에 갈지 묻지만, 콜름은 가만히 앉아서 담배만 피우면서 아무 대꾸도 안 한다.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둘 사이에 뭔가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동생도, 술집 주인도 콜름과 싸웠느냐고 묻지만, 도통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파우리은 콜름의 집에 다시 가 본다.
콜름의 행방을 찾다가 혼자 술집에 간 걸 알고 뒤따라 가지만, 콜름은 파우릭에게 자기 옆에 앉지 말란다.
잘못한 게 있으면 모두 사과하겠다는 파우릭에게 콜름은 그런 것 없다며, 이젠 파우릭이 싫어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제까지는 사이 좋았는데, 이유도 없이 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나라는 오랜 내전으로 머리 아픈데, 이젠 콜름 때문에 머리가 아픈 파우릭은 다시 술집에 간다.
그곳에서 콜름의 제안으로 사람들이 즉석 공연 중인 걸 보게 된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어울리진 못하고, 동네 문제아로 찍힌 도미닉과 둘이 앉아서 음악을 즐기다가 금세 나온다.
콜름은 남은 생을 무의미한 수다나 떨긴 싫다며, 곡을 만들며 의미있게 살고 싶다며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한 이유를 설명한다.
생각해 보니 18세기에 친절했던 사람은 우리가 몰라도, 음악가 모차르트는 아는 것이 콜름의 절교 이유다.
하지만 계속해서 파우릭은 콜름에게 자기가 잘못한 게 있으면 모두 사과하겠다고 말하고, 콜름은 자꾸 귀찮게 하면 자기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진짜로 자기 손가락 하나를 잘라서 파우릭의 집 앞에 던지고 유유히 사라진다.
분명 자기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한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과격하게 나오는 콜름의 태도에 파우릭은 화가나서 그에게 따지러 간다.
콜름은 ‘이니셰린의 밴시’라는 곡을 완성했다고 말하고, 파우릭은 잘 됐다며 이따가 같이 축하주나 하자고 제안한다.
콜름은 그러겠노라 답하지만, 파우릭이 아무리 술집에서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마침 여동생 시오반이 상의할 게 있다며 술집으로 파우릭을 찾아오고, 둘은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려 4개나 되는 콜름의 손가락을 발견한다.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소 둘도 없는 친구였던 파우릭과 콜름이지만, 어느 날 파우릭은 콜름의 일방적인 절교 선언에 당황하고, 분노한다.
일단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모두 사과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콜름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수다보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분명히 파우릭이 뭘 실수해서가 아니라, 명확한 이유가 있음을 밝히지만, 계속해서 파우릭은 자기가 잘못한 게 있으면 모두 사과하겠다고 말한다.
파우릭이 뭘 잘못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니, 콜름은 파우릭이 귀찮아서 그를 피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도 파우릭은 말귀를 못알아 듣고 자꾸 귀찮게 한다.
결국 콜름은 말로는 안 통하는구나 싶어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것도 엄청 과격하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우릭은 대체 콜름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서 그에게 따지러 간다.
이는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겪는 일상과 닮았다. 연인 사이에, 친구 사이에 관계가 끊어질 때가 있다.
대부분 그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매달린다.
결국 둘 사이는 더 나빠지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치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비롯해 총 124관왕을 차지한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