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과정에 초점 맞춰
누군가는 아직도 세월호 얘기를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동안 세월호 영화와 결이 다르다.
9년 전 그날 사고를 당한 아이들의 엄마들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누구는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누구는 아이가 살아 돌아왔지만,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엄마도 힘들다.
집에서 나가지 않는 엄마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처음엔 바리스타 교육을 핑계 삼았다.
교육 말미에 다시 집안에 처박혀 있지 않게 하려고 아이디어를 내던 중 누군가 “연극도 재미있겠다”고 흘러가는 말을 툭 던지자, 바로 강사를 초빙했다.
무슨 연극이 아무나 하는 건가 싶어 강사와 첫 대면에 절반이 포기했다.
그래도 강사는 굴하지 않고, 엄마들을 설득해 극단을 창단했다. 이름하여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엄마들은 ‘그날’ 아이들이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했으면, 장기자랑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이를 소재로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로 한다.
하지만, 뭐든지 쉬운 일은 없다. 누구는 주목받고 싶어서 욕심내고, 누구는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배역이라 더 좋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배역을 임의로 정하니, 엄마들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 끝내는 대놓고 특정 엄마가 싫다며, 얼굴도 안 본다.
처음 우연히 공연 홍보영상을 촬영하러 갔다가 엄마들이 배역 때문에 불화를 겪는 모습을 본 이소현 감독은 이를 다큐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장기자랑>이다.
이 영화는 지난 9년 동안 엄마들이 어떻게 슬픔을 극복해 왔는지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영화’라고 하면 보기도 전부터 반대하는 이가 있을까 싶어 제목을 ‘장기자랑’으로 정하고, 카피도 ‘막이 오르면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로 정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엄마들의 공연에 초점을 뒀다.
세월호 참사가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기보다는 그 가족들이 얼마나 아프고, 또 그것을 어떻게 치유해 나가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보면 좋을 것 같다. 내달 5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