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뭐 이래?
이선균, 이하늬 주연의 영화 <킬링 로맨스>는 말 그대로 ‘병맛’ 제대로인 영화다.
대체 이런 영화에 왜 이선균과 이하늬가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로, 완전 이상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제작비를 댄 곳이 워너브라더스코리아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게다가 가수 비가 직접 자신의 곡 <레이니즘>을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이 정도면, ‘세상에 없던 영화’라는 홍보 카피에 주목해야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4초 만에 1.2L 음료수를 들이켜 화제가 된 황여래(이하늬 분)는 이후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지만, SF영화에 출연해 발연기를 선보이며 조롱거리로 전락하자 쉬고 싶다며 ‘꽐라섬’으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현지인들에게 소매치기를 당해 난감한 상황에서 조나단 나(John NA)라는 한국인이 나타나 소매치기범을 무찌른다.
그 일로 여래는 조나단(이선균 분)과 결혼한다. 7년 후, 두 사람은 한국에 들어온다.
하지만 조나단 혼자 집 밖으로 돌고, 여래는 종일 혼자 집에만 있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여래는 옥상에 나갔다가 옆집 4수생 범우(공명 분)가 여래가 광고했던 ‘랄라텐’을 마시는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한다.
다음 날, 남편이 주최한 파티에 소속사 대표가 찾아와 여래에게 뮤지컬 영화 시나리오를 건네자 여래는 들뜬다.
이에 팬클럽 ‘여래바래’ 회원인 범우의 도움으로 영화 <별이 되다> 감독과 미팅을 하지만, 남편이 손을 써 영화출연이 무산된다.
이에 화가 난 여래는 이혼하자고 말을 꺼냈다가 조나단에게 가정폭력을 당한다.
7년을 참은 여래는 “평생 이러고 살거냐?”는 범우의 말에 조나단을 죽이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아무리 궁리해 봐도 조나단을 죽일 방법이 마땅치 않던 차에 승부욕이 강한 조나단을 불가마에 데려가 탈진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조나단과 여래가 다시 꽐라섬으로 돌아갈 날이 돼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첫눈에 반해 결혼했으나, 7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남편을 죽이기로 작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내용을 그렸다.
영화 속에서 조나단은 아내를 벽에 세워두고 오렌지를 던진다. 1개만이 아니라, 카트 가득 오렌지를 채워두고 무자비하게 던진다.
코너에 몰린 아내는 도망가지도 못하고 팔로 막아보지만, 몸 여기저기 오렌지 범벅이 된다.
주먹으로 때리는 건 아니지만, 이 역시 엄연히 가정폭력이다. 그래서 불편하다.
이에 대해 이원석 감독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을 참고해 불편한 소재를 코믹하게 그리려고 노력했다며, 폭력적인 장면을 많이 드러냈다고 말했다.
극 중 여래는 7년이나 남편의 폭력을 견디며 산다. 어차피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집 청년 범우가 용기를 주자 남편에게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우리가 살면서 정체되어 있지만, 변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이게 뭐지 싶은 ‘병맛’ 영화다. 게다가 여래가 출연하려던 뮤지컬 영화 <별이 되다>에 출연하진 못하게 됐지만, 영화 <킬링 로맨스> 속 이하늬와 이선균은 극 중에서 노래를 부른다.
뮤지컬 영화라고 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도 뭣한 애매모호한 영화다.
그래서 이하늬는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민트초코’ 같은 영화라고 정의한다. 치약 맛이 나지만, 그렇다고 치약은 아닌 이게 뭐지 싶은 민트초코와 닮았다는 의미다.
이원석 감독은 “사실 더 (과하게) 갈 수 있었지만, 최대한 상업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이런 류의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 아니라면 흥미를 못 느낄 수도 있다.
영화 <킬링 로맨스>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 디컬쳐 이윤영 객원기자(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