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다 계획이 있었구나?
정문정(허지나 분) 감독은 데뷔작을 위해 국민배우 남명렬(남명렬 분)을 섭외하고, 투자사와 계약을 마친다.
그렇게 3주 동안 준비를 순조롭게 하던 중 다른 영화에 나오지 않은 장소를 찾고 싶은 마음에 스태프들을 닦달한다.
그 와중에 촬영 직전 주연배우가 사라지고, 매니저는 1주일 전에 그만뒀단다.
서면계약도 안 하고, 이런 사단이 벌어지자 투자자는 정 감독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묻는다.
우연히 SNS를 통해 남명렬이 포항의 횟집에 있다는 걸 알고 정 감독은 마침 우리 첫 장면을 죽도시장에서 찍기로 했는데 미리 간 것이라며 내일 당장 포항으로 가 촬영을 시작하자고 말한다.
투자자는 배우랑 연락도 안 되는데 촬영하러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꾸짖는다.
친구인 박현아(강지원 분) PD조차 정 감독에게 무모하다고 말하지만, “다음은 없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결국 정 감독은 다음 날 아침, 조연출이 데려 온 스크립터와 남명렬 대역 배우와 함께 일단 포항으로 간다.
반대하던 박 PD도 어쩔 수 없이 기본 스태프와 함께 포항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SNS에 올라온 사진 속 횟집을 찾아가서 물어보니, 남명렬이 왔었다며 어디 묵는지, 어디로 갔는지는 따로 들은 게 없단다.
그때 한 손님이 식사하다가 남명렬이 내연산 얘기를 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하자 무작정 내연산 등산에 나선다.
한창 등산하던 중 감독은 이 과정 자체가 다 영화의 내용이라며 안 찍고 뭐 하느냐고 조감독을 다그친다.
그나저나 남명렬을 어떻게 찾나 걱정하자 지나던 등산객이 포항 시민 모두 볼 수 있는 전광판이 있다며 거기에 광고해 보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광고라고 달랑 한 줄, 하루에 몇 번 밖에 안 나오는 터라 이렇게 해서 남명렬을 찾을 수 있을까 싶다.
생각해보니 죽도시장도 그렇고 내연산도 그렇고 모두 촬영장소라는 걸 눈치챈 감독은 다른 촬영지 중에 한 곳에 간 게 아닐까 추측해 보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투자자와 함께 내려온 PD 말로 남명렬이 최근에 파란색 스포티지 1대 남기고 다른 차는 처분했다고 말하자, 차 번호도 모르면서 정 감독은 스태프들을 모두 동원해 파란색 스포티지 찾기에 나선다.
하지만 당연히 남명렬의 차 찾기는 실패하고, 이에 박 PD가 일단 내일 돌아가서 대책을 세우자고 설득하지만 정 감독은 내일부터 촬영을 시작하겠다고 고집부린다.
촬영장에 모두 모였는데 주연 배우도, 콘티도, 시나리오도 준비된 게 하나도 없다.
다들 감독에게 뭘 어떻게 할지 알려달라고 하지만 감독은 그냥 믿어달라며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러더니 남명렬 뒷모습 대역 배우 얼굴에 녹색 마스크를 씌우고 나중에 남명렬 얼굴을 합성하겠다며 촬영에 들어간다.
그 와중에 팬카페에 남명렬의 사진이 올라오자 정 감독은 무작정 사진 속 장소로 가지만, 당연히 남명렬을 못 난다.
그 자리에서 갑자기 정 감독이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지고, 그제서야 간암과 척수암 말기로 생존 확률 2%란 사실을 스태프들도 알게 된다.
그제야 박 PD는 정 감독이 죽기 전 어떻게든 영화를 찍으려던 속사정을 알게 되고, 스태프들과 투자자를 설득해 영화 촬영을 이어간다.
갑자기 사라진 연예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은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와 닮은 듯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목숨 걸고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감독의 의지는 독립영화인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
죽음을 앞둔 감독을 위해 결국 스태프들이 의기투합해 촬영을 이어가는 모습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영화의 백미는 촬영을 앞두고 갑자기 주연배우가 사라진 이유가 다 감독의 계획이었다는 점이다.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신구 감독은 “두려움보다는 시집 보내는 아버지 같은 마음”이라며 2%의 가능성은 늘 독립영화인들의 상황과 맞닿아 있어 늘 얘기해 보고 싶던 주제였다고 말했다.
모습보다 이름이 더 자주 등장하는 남명렬은 2%가 0%는 아니지만 현실에선 0%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문 감독은 (주연배우가 없는 상황에서 합성이라는) 2%의 가능성을 보고 마스크를 씌운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린 마스크를 쓰고 남명렬 대역을 연기한 권해성 역시 “2%가 98%를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며 이 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불가능이 불가는 아니’라는 홍보문구가 인상적인 영화 <2퍼센트>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