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 정책 잘 보여줘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삼촌은 이게 다 토리(파블로 실스 분)의 주술 능력 때문이라며 보육원에 보낸다.
하지만 로키타(줄리 음분두 분)가 보육원에 찾아가 동생 토리를 다시 데려온다.
벨기에 이민국에선 로키타에게 동생을 보육원에서 어떻게 다시 찾았는지 묻고, “토리 불러달라”고 했다고 답한다.
그랬더니 토리라는 이름은 보육원에서 지어준 이름인데, 동생이 토리인 걸 어떻게 알았는지 묻는다.
로키타는 당황해서 인터뷰를 연기하고, 집에 돌아와 토리와 함께 예전 기억을 서로 맞춰본다.
둘은 쉼터에 살면서 한 식당의 셰프 밑에서 배달일을 한다. 음식 배달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마약을 배달하고 돈을 받는다.
그리고 가끔은 로키타가 셰프에게 몸을 팔기도 한다.
밀입국을 도와준 브로커에게 아직도 갚아야 할 돈이 620유로나 남았기에, 동생 학비며, 집에 부칠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도 난민으로 인정받아 체류증을 받으면 가정부로 일하면서 지금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티지만, 이민국에선 계속해서 로키타한테 체류증을 안 준다.
이에 토리가 나한테는 주고, 왜 누나에겐 안 주느냐며 (자기가 어려서) 누나 없이 혼자서는 못 산다고 항변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이때 로키타는 평소 같이 일하던 셰프로부터 체류증을 받게 도와주겠다며, 대마 재배하는 일을 제안받는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평소 사회문제를 다뤄 온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가 연출한 작품으로, 유럽의 난민 문제를 그리고 있다.
토리는 보육원에서 학대당한 사실이 인정돼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 체류증이 나왔지만, 토리의 누나 로키타는 어릴 때 헤어진 동생 토리와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됐는지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는 이유로 체류증을 받지 못한다.
정식 체류증이 없으니, 돈 주고 위조한 체류증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일이라는 것도 불법적인 일이다.
아직 10대인 두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약 판매책 노릇을 한다. 그러다 급기야는 대마초를 직접 재배하는 일까지 하게 된다.
아무리 10대이고, 난민이라고 해도 마약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일을 원해서 하는 건 아니다.
당장 어린 동생들의 학비며,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야 하기에 돈을 벌어야 하는데, 불법체류자라 이런 일밖에 할 수가 없다.
다르덴 형제는 3일 열린 기자시사회 직후 사전녹화 한 영상을 통해 이 영화의 내용은 그동안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짜깁기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100% 실화는 아니지만, 그동안 유럽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었으니, 유럽의 난민 실태와 정책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 등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면 될 일을 몇 가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린 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누나에게 체류증을 주지 않아 둘을 갈라놓는 일은 분명 잘못된 정책이다.
지난해 열린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최초로 특별기념상을 수상한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