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통해 하나님의 마음 투영
요한복음 8장 56절과 58절로 시작하는 영화 <하나님의 마음>은 구약성서 속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번제(燔祭)로 드리러 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BC 2000년, 잠을 자던 아브라함은 자기를 부르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깬다.
하나님은 그에게 모리아 산으로 가서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말한다.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에게 이삭과 단둘이 사흘이나 걸리는 모리아로 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차마 이삭을 번제로 드린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한다.
그렇게 아브라함은 100세에 얻은 외아들 이삭을 데리고 걸어서 모리아로 향한다.
헤브론 땅을 넘어 북쪽으로 가는 동안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결국 모리아 산에 도착한다.
영화는 아르바함이 3일 동안 아들 이삭과 종들을 이끌고 헤브론으로 향하는 과정에 대부분을 할애한다.
특히 하나님으로부터 하늘의 별처럼 많은 후손을 약속받은 후에서 수십 년 동안 애가 생기지 않아 힘들어하던 사라의 모습과 그런 아내를 보면서 이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여기며 인내하던 아브라함이 100살이 되어서야 아들을 얻는 모습과 교차편집해, 하나님의 명령을 듣고 아브라함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잘 보여준다.
더욱이 모리아 산에 도착해 아버지와 둘이 산을 오르던 이삭이 곧 자기가 죽을 것을 모르고, 번제로 드릴 양은 어디 있느냐고 묻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이 영화의 원제는 ‘HIS ONLY SON’ 즉, ‘독생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독생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예수를 떠올릴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브라함과 이삭이지만, 감독은 이를 하나님과 예수로 치환해 ‘하나님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국어 제목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정했다.
그 대표적인 예를 꼽자면, 첫 번째는 종들과 얘기하는 아브라함이 빵을 찢는 장면에서 최후의 만찬을 연상케 하며, 두 번째는 ‘아브람’의 이름을 ‘아브라함’이라고 바꾸는 마지막 약속을 하는 장면에서 아브라함을 안수하는 하나님의 손에 못 자국이 보이는 듯하여 놀라움을 안긴다.
세 번째, 아브라함과 이삭이 모리아 산으로 오르기 전 베들레헴 에브라다에서 다툼이 이어지며 머리에 상처로 인해 붕대를 감은 이삭의 모습이 마치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연상케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제단에 사용할 장작을 메고 모리아 산을 오르는 아브라함의 모습이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신 길인 비아 돌로로사를 연상시킨다.
또, 이삭이 마지막 유언처럼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의 뜻대로 하세요”라고 하는 말은 예수의 마지막 기도를 생각하게 한다.
이런 까닭에 부활절을 앞두고 지난 3월 31일 미국에서 개봉한 후, 그 주 주말에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한데 이어 부활절 주말 1,100만 불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하나님의 마음>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