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을 저지른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비밀경찰 조직에 속해있는 대위가 조직원들에게 가해지는 심문을 피해 조직에서 탈출하면서 시작된다.
시대는 2차 세계대전 직전의 러시아로, 스탈린 정부의 공포정치가 자행되던 시기다.
비밀경찰 조직 NKVD의 대위인 볼코노고프는 같은 조직원의 자살을 목격한다.
뒤이어 차례로 조직원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기 전 조직을 탈출한다.
총기를 휴대한 채 탈출한 대위는 동료들에게 쫓기며 아슬아슬한 도망을 감행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친했던 동료는 대위의 탈출에 대한 심문 중 살해된다.
대위는 도망 중에 자신이 고문하고 죽게 만든 피해자들의 가족 중 한 명에게라도 용서를 받으면 천국에 간다는 환상을 본다.
이후 피해자들의 인적 사항이 담긴 기밀파일을 훔치고 유가족을 찾아가 용서를 구한다.
비밀경찰 조직은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고, 그들을 피해 용서를 구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화제작으로, 아직도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스탈린 대숙청’을 다뤘다.
볼코노고프 대위는 수십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비밀경찰 조직 NKVD에서 일한다.
재판이라는 절차 없이 강제로 자백받아 즉결 심판하는 곳이 바로 NKVD다.
자신이 저질렀던 만행을 그대로 돌려받게 되면서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유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여정을 떠나면서 천국이라는 피상적인 이유를 들어 구제받기를 원한다. 한 명의 용서로 천국에 갈 수 없겠지만, 유가족에게 용서받기 위한 진실을 알리는 여정은 계속된다.
하지만, 누가 용서를 하겠는가! 고문과 처형이라는 과정들이 지시로 일어났다 해도 살인은 살인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직접 사형을 집행하는 사형집행인은 기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사형을 집행한다.
하루에 최대 40명의 사형을 집행한 사람은 과연 구제받을 수 있을까?
볼코노고프 대위가 유가족을 만나면서 변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처음에는 지옥에서의 고통을 피하려고 용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다분히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출발이다.
거기에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은 배제되어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을 느끼며 진실한 용서를 구하게 된다.
진정한 사죄와 용서라는 과정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또한, 공포정치라는 시대에 저질러진 인간의 만행을 다시 기억하고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