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했던 남자
이혼 후, 어린 아들과 함께 고향에 돌아와 문구점을 운영하는 리에는 단골손님인 다이스케와 개인적으로 식사도 할 정도로 친해진다.
그녀는 병으로 아들 ‘료’를 먼저 떠나보낸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그에게 모든 걸 보여준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하고, 유토의 여동생 하나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아간다.
벌목공인 다이스케가 어느 날, 작업 도중 나무에 깔려 세상을 떠난다.
1년 후, 그의 제사에 다이스케의 형이 찾아온다. 그는 영정사진을 보더니 다이스케가 아니라고 말한다.
리에는 이혼을 도와준 변호사 키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키도는 죽은 남편을 X로 지칭하며 그의 신원 확인에 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키도는 사형수들이 그린 작품 전시회에 갔다가 X가 그린 그림과 똑같은 그림을 발견한다.
확인 결과 X는 사형수의 아들이었고, 복싱선수로 데뷔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훔쳤음이 밝혀진다.
그가 신원까지 바꾸며 다른 사람으로 살았던 이유는 살인자의 아들이란 편견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인생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극 중 키도 역시 재일 한국인 3세다. 유능한 변호사이고, 단란한 가정도 꾸렸지만, 죄수로부터 ‘조센징’ 소리를 듣기도 하고, TV 뉴스에서 ‘해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관련 소식을 접하며 남 일 같지 않아 흥분한다.
실제론 일본인인 츠마부키 사토시가 이런 역할을 맡는데,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25일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10대 때부터 재일 교포가 주위에 많아서 딱히 망설임은 없었다며, 재일 교포라는 요소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감독이 캐릭터에 대해 딱히 연기 지도를 하지 않았기에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고 전제하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이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소감으로 자신이 상을 받으리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그래도 상은 받으면 기분이 좋은 게 사실이고, 이 작품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처음엔 소재만 듣고 추리극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그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 더 의미가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많은 여운을 남기는데, 이에 대해 츠마부키 사토시는 영화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상상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답을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해 결말에 대한 해석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뒀다.
영화 <한 남자>는 이달 3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