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새로운 영화적 재미 선사할 것”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1970년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열 감독(송강호 분)은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
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 그는 딱 이틀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
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 회장(장영남 분)은 촬영을 반대한다.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 분)를 설득한 김 감독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분),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분),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 분)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하지만, 스케줄이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다.
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영화 <놈놈놈>의 김지운 감독이 다시 한번 송강호와 만났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극장 가기를 꺼리는 걸 보면서, 그동안 영화를 만들 때마다 던졌던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창작이란 무엇이며,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더 통렬하게 다가와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 <거미집>을 통해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표현한다.
29일 오전, 영화 <거미집> 제작보고회가 박경림 사회로 용산 CGV에서 열렸다.
송강호는 ‘김열’ 캐릭터에 대해 내적인 욕망이 뭉쳐진 채 이를 어떻게 풀 줄 몰라 힘들어하는 인물이라며, 카메라 앞에만 있다가 뒤에 있으니 편하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는 감독 부재 시 감독 역할을 할 수 있는, 디테일한 것까지 챙기는 배우라고 칭찬해 송강호가 연기하는 감독의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박경림이 즉석에서 배우들에게 1970년대 연기톤을 주문하자, 다들 어색해하며 시연하는 모습을 본 송강호가 “이래서 감독 역할이 좋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또 정수정은 임수정과의 만남에 대해 이미 알던 사이였고, 언제 같이 작품을 하면 좋겠다고 했턴 터라 같이 연기하게 돼 신기하고 좋았다고 말했고, 임수정은 정수정이 가수로 활동할 때부터 팬이었는데, 이번에 같이 작품을 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은 앙상블 코미디가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대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발음이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며, 인간의 욕망을 잘 표현해 줄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또, 정수정은 송강호와 같이 연기하게 돼 처음에 긴장했지만, 너무 편안하게 대해줘 반전매력을 느꼈다고 말했고, 송강호는 정수정이 가수 출신 같은 느낌이 안 든다며, 앞으로 크게 성장할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김지운 감독에 대해 헤어 나올 수 없는 ‘욕망의 덩어리’라며,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을 했을 때와 같은 느낌을 이번에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장화, 홍련> 이후 20년 만에 김지운 감독과 또다시 만난 임수정은 “<장화, 홍련>은 나를 잊게 해 준 작품”이라며 다시 김지운 감독과의 작품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베테랑 배우가 필요했는데, 임수정이 베테랑 배우가 되어 있어서 캐스팅하게 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김 감독은 1970년대를 표현하기 위해 김추자와 장현의 노래를 비롯해 신나고 경쾌한 곡을 OST로 사용했다고 말해 음악에도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또, ‘파티 같은 영화’를 만들어 코로나19로 떠난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칸영화제에서 12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오정세는 동료 배우들이 옆에 있어서 그리 긴장되진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거미집>은 추석 연휴를 겨냥해 내달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