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공간에서의 극도의 압박감 잘 묘사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클래식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배경으로 한 영화 <뮤직 샤펠>이 개봉한다.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매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특이한 점은 콩쿠르 결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에서 1주일의 연습 기간을 가진다.
‘뮤직 샤펠’이라 불리는 성에 갇혀 오직 경쟁만을 위한 연습이 시작된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 영재로 불려 온 ‘제니퍼’는 우승으로 자신의 재능을 입증하기 위해 콩쿠르에 참가한다.
결선 진출에 폐쇄적인 공간인 뮤직 샤펠에 들어간다. 먼저 들어온 사람은 먼저 나가 연주를 하는 형식이다.
성에 들어온 다음 날, 콩쿠르 경쟁자의 사진 중 제니퍼의 사진에 엑스자가 그어져 있는 사건이 발생한다.
제니퍼만 괜찮다면 콩쿠르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관계자의 얘기에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하겠다고 제니퍼는 대답한다.
꼭 우승해 자신의 재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콩쿠르 중단은 제니퍼에게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심한 경쟁 관계 속,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되살아나면서 불안에 시달린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경계해야 하는지 미궁으로 빠지고, 우승을 향한 욕망이 커질수록 광기에 사로잡힌다.
순차적으로 매일 2명씩 먼저 성을 나가 연주를 하고, 제니퍼는 제일 마지막 날 연주를 하게 된다.
도미니크 데루데르 감독의 영화 <뮤직 샤펠>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쟁이라는 압박감을 영화에 담아냈다.
피아노 영재라는 타이틀을 증명하기 위해 뮤직 샤펠에 들어간 제니퍼는 경쟁이라는 중압감 외에도 과거 잊고 살았던 트라우마에도 직면하게 된다.
아버지, 어머니, 자신이 얽힌 이야기는 제니퍼에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제니퍼의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는 엄한 피아노 선생님에게 교육을 맡긴다.
어머니와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달랐던 아버지는 가정형편과 맞지 않는 과한 교육열을 이해하지 못한다.
거기에 아버지의 일탈까지 목격했던 제니퍼는 과거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에서부터, 자신의 향한 견해 차이,
또한 어머니의 기대까지, 감당해야 할 것들이 극도의 압박감 안에서 되살아나 제니퍼를 괴롭힌다.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영화는 더욱 긴장감 속에 관객을 밀어 넣는다.
제니퍼는 단순히 콩쿠르라는 경쟁을 넘어서 자신과의 싸움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런 심리적 변화를 영화는 차근차근 풀어가면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듯 진실에 도달하게 한다.
또한, 피아노 콩쿠르가 소재인 영화여서 클래식 피아노곡으로 귀가 호강한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제니퍼의 콩쿠르 비지정곡으로 극 중 제2의 주인공처럼 제니퍼의 마음을 대변한다.
특히 올해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이라 더 뜻깊다.
콩쿠르 결승전에 오른 경쟁자들의 압박감을 그려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호평을 얻은 영화 <뮤직 샤펠>은 13일에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