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통해 현재를 풍자하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지운 감독이 신작 <거미집>을 내놓았다.
제76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으로, 국내에선 지난 14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1970년대 초반, 김열(송강호 분)이라는 영화감독이 ‘거미집’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다 찍은 후, 꿈에서 본 내용으로 결말을 다시 찍고 싶다고 고집을 부린다.
당장 이틀 후에 같은 스튜디오에서 다른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로 한 까닭에 제작사 대표(장영남 분)는 반대한다.
더욱이 수정된 대본을 다시 문공부(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에 접수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틀 만에는 불가능하기에 그냥 완성된 상태로 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서거한 제작사 대표(정우성 분)의 딸(전여빈 분)이 수정된 시나리오가 너무 좋다며 일단 찍고 보자고 부추긴다.
스태프와 배우들을 다시 모으고, 그렇게 촬영이 시작된다.
문제는 결말을 바꾸려면, 앞부분도 바꿔야 하고, 결국 그러면 아예 새로 찍어야 한다는 것.
배우들은 내용이 이해 안 된다고 투덜대면서도 일단 촬영에 임한다.
그때 문공부 담당국장(장광 분)이 스튜디오에 들이닥치고, 조감독(김동영 분)의 조언대로 반공(反共) 영화를 만들기 위해 대본을 수정했다고 둘러대자 대번에 얼른 촬영하라고 허락이 떨어진다.
그렇게 막장, 치정, 스릴러 영화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고, 그때 큰 사고가 일어난다.
영화는 1970년대라는 시대를 내세워 영화 창작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몇 해 전, 세월호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을 두고 부산시가 심하게 간섭해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을 겪은 적이 있다.
또, 최근엔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든 유인촌 전 장관이 다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지명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이 영화는 1970년대가 아닌 2023년 지금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1970년대 탤런트로 활동한 박정수는 실제로 그 당시엔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도 촬영장에 안기부 요원이 나와서 감시하던 시대라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유인촌 장관 지명자로 인해 개봉에 영향이 있진 않겠냐는 질문에 “50년 전, 60년 전 시대를 풍자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 상관없다고 본다”라며 역경을 극복해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또, 1970년대 ‘오버하는 연기’를 한 소감을 묻자 정수정은 처음엔 그런 연기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는데, 모든 배우들이 다 그렇게 연기하고, 옷도 당시처럼 입으니 자연스럽게 당시의 연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여빈의 말처럼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와 일상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찍는 배우들의 모습과 그들의 준비 과정, 2가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티켓 1장으로, 영화 2편을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극중극인 <거미집>을 따로 떼어 내 또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스토리보다는 상황이 재미있는 영화 <거미집>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