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영화 <나의 행복한 결혼>은 19세기 가상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이능(異能)을 가진 가문끼리 서로 정략결혼도 하고, 대립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엄마를 여의고, 이능이 없어 계모와 의붓자매에게 괴롭힘 당하는 미요(이미다 미오 분)는 19살에 정략결혼을 앞두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키요카(메구로 렌 분)의 집으로 간다.

미요와 결혼을 앞둔 키요카는 몇 가지 이능을 구사하는 이능명문가의 사람으로, 누구든 마음에 안들면 칼로 베어 버리는 무자비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동안 이런 일이 벌써 여러 차례인 키요카는 미요에게 무조건 자기 말에 복종하라고 한다.

집에서 구박받던 미요는 이미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터라 순순히 알겠다고 답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준비를 하는 미요를 본 유리에는 “사모님 되실 분이 이러면 안 된다”며 말리지만, 미요는 오히려 자기가 유리에를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런 미요의 모습에 유리에는 감동하지만, 정작 키요카는 음식에 뭘 넣었을지 모른다며 미요가 만든 음식에 손도 안 댄다.

그것도 모자라 키요카는 미요의 부모에게 모름지기 정략결혼은 주고 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자기는 전혀 줄 마음이 없지만, 미요가 그동안의 일을 사과하면 지참금은 주겠다고 말한다.

다음 날 미요의 몸종 하나가 미요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어 집으로 찾아오자, 미요는 자기는 키요카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운다.

그런 미요에게 하나는 자기가 이곳에 온 건 다 키요카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에 미요는 키요카에게 자기는 이능이 없으니, 어떤 처분도 감수하겠다며 용서를 구한다. 그런 미요를 보며 키요카는 프러포즈를 한다.

그렇게 미요에게 행복이 찾아오나 싶었지만, 계모가 미요를 납치해 감금한다.

미요의 의붓동생은 미요에게 아무런 이능이 없는 미요와 키요카는 어울리지 않으니 자기가 대신 키요카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이때 키요카가 미요를 구하러 오고, 이 일로 미요의 집안은 몰락해 지방으로 이사한다.

다시 키요카의 집으로 온 미요는 뒤늦게 자기에게 어떤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는지 알게 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나의 행복한 결혼>은 ‘先결혼, 後로맨스’로 지난 3월 일본에서 개봉 후 207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또 2019년 발간된 원작 소설은 700만 부 이상 팔리기도 했다.

아울러, 19세기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까닭에 제작진은 일본의 옛 해군 장관의 관저는 물론, 록카엔, 아카렌가파크 등 역사적 명소를 배경으로 촬영하는 등 영상미에 신경 썼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사람을 능력으로 나누는 사회 분위기이다.

남보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대접받고,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멸시받는 게 당연시 되는 분위기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모두 특별한 재능을 지녔지만, 유독 가족 중 미요 한 명만 그런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계모와 의붓동생은 물론 친부에게조차 무시당한다.

사람을 능력이 있냐 없냐로 편가르기 하고, 무시하는 태도는 절대 옳은 사회가 아니다.

능력도 없으면서, 능력 좋은 남자와 결혼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괴롭히던 미요의 가족들은 결국 거지 신세가 돼 시골로 이사한다.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의 결말이 어떤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능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학력이 곧 능력이라고 생각해, 학부모가 교사에게 자기는 카이스트 출신인데, 어느 학교 출신이냐며 갑질을 하기도 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속담조차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부디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오는 11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