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를 것 없는…
2015년 가을, 북한 이탈주민인 한영(이설 분)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돈 많이 벌기 위해 이 일을 택했다는 그녀는 선배가 눈치 줘도 꿋꿋이 버티며 성실히 일한다.
아픈 선배 대신 급하게 대타로 가이드를 하게 됐는데, 지각해서인지 아니면 초보티가 나서인지 관광객들이 비협조적이다.
그렇게 혹독한 데뷔전을 치른 그녀는 풀이 죽는다.
하지만, 다음번 가이드에선 자기가 먼저 초보 가이드이고, 북한 이탈주민이라고 밝히자 관광객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관광객들에게 선물도 받고, 그동안 애썼다는 위로도 받는다.
1년 후, 한영은 친구(오경화 분)랑 ‘n빵’(더치페이)도 할 정도로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배치라는 정치적 문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는 것.
관광객이 많지 않아 돈 아끼려고 어쩔 수 없이 관광버스 기사랑 같은 방에서 자기도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먼저 한국에 온 친동생 인혁이가 얼마 전부터 연락이 안 된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가운데, 중국에 있을 때 한영 남매와 동거하며 친절을 베푼 중국인 동생 샤오(박세현 분)가 한국에 오자 그나마 마음이 진정된다.
방에서 술 한잔하는데, 샤오가 한국에 관광 온 게 아니라 일하면서 한영 남매와 같이 살러 왔다고 말하자, 한영은 여기서 돈 벌기 쉽지 않으니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
샤오는 한영 남매가 한국에 갈 때, 나중에 같이 살자고 약속한 걸 잊은 것 같아 서운해한다.
한편, 한영의 실력이 좋아지자 같은 여행사에서 일하는 한 가이드(이노아 분)가 이것저것 혐의를 씌워 경찰에 신고한다.
이 일로 고초를 겪은 한영은 신변보호 담당 형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는 모면했으나, 직장을 잃는다.
2018년 봄, 한영은 다시 다른 여행사에 취업하려고 하지만, 예전 사장이 손을 써놔서 쉽지 않다.
엄마를 한국에 데려오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한영은 술집에서 알바를 하고, 과거 함께 가이드로 일한 언니(우정원 분)가 위험한 제안을 하자 받아들인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북한을 떠나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꼭 북한 이탈주민이라고 바라보지 않고, ‘이방인’이라는 소재로 바라봐 해외 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이 많이 공감해 줬다는 게 곽은미 감독의 전언.
곽 감독은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이 북한 이탈주민도 아니고, 주위에 북한 이탈주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과거 지하철에서 마주한 이들을 보며 북한 이탈주민이 우리랑 함께 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존에 북한 이탈주민을 다룬 영화들과 달리,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북한 이탈주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또 극 중에서 한영의 주변 인물이 모두 떠나는 것에 대해, 20~30대 여성이 느끼는 상실감과 성장에 관해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의 삶을 그린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