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로 점점 엮이게 된 두 여자
인천여객항 보안검색대에서 초록머리의 한 여성(이주영 분)이 보안검사에 비협조적이라 사람을 부르니, 출국 안 하면 될 것 아니냐며 신발도 벗은 채 훌쩍 떠난다.
뒤늦게 상사의 꾸지람에 보안요원인 진샤(판빙빙 분)가 여자를 쫓아가고, 어쩌다 보니 두 사람은 보안요원의 집까지 가게 된다.
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가방을 살펴보니 수상한 흰색 가루가 잔뜩 있다.
진샤는 여자가 집에 돌아오자 상황을 파악하더니 그녀가 도망 못 가게 막는다.
하지만, 영주권이 필요한 진샤는 여자에게 돈을 받는 조건으로 돕기로 하고, 같이 서울로 향한다.
원래 중국에 팔려던 마약이었는데, 서울에서 팔려니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남편을 피해 따로 사는 진샤가 남편(김영호 분)을 만나 몹쓸 짓을 당하자, 여자가 진샤를 구하느라 사고를 친다.
화장실에서 신발에 묻은 피를 닦다 두 사람은 한 남성 취객이 들어오자, 여자화장실이니 나가라며 쫓아내다 취객이 쓰러지자 그의 지갑을 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엮이게 된다.
영화 <녹야>는 2020년 첫 장편 데뷔작 <희미한 여름>으로 평단의 관심을 받은 한슈아이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중국 배우 판빙빙과 한국 배우 이주영, 김영호 등이 나오고, 한국에서 촬영했고, 대사의 상당 부분이 한국어(심지어 판빙빙도 중국어보다 한국어를 더 많이 구사한다)이지만, 이 영화는 엄연히 중국영화다.
92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진샤와 초록머리 여자(극 중 배역에 딱히 이름이 없다) 두 사람이 점점 나쁜 상황에 처하면서, 서로 배신할 수 없는 사이가 되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푸른 밤’을 뜻하는 제목과 달리, 이 영화는 ‘짙은 어둠’이 가득한 영화다.
화면이 어두운 걸 뛰어넘어 마약과 동성애, 성소수자, 살인 등 영화가 다루는 소재도 역시 어둡다.
영화 <녹야>는 내달 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