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가?
낙태 합법을 위한 투쟁을 그린 영화 <앵그리 애니>가 내달 1일 개봉한다.
1974년 프랑스의 교외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애니(로르 칼라미 분)는 아이를 키우며 매트리스 공장에서 일한다.
이미 두 아이를 키우며 일까지 하는 상황에서 임신한 애니는 낙태를 결심한다. MLAC(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의 도움을 받기 위해 모임에 참석한 애니는 매우 불안정하다.
이미 낙태 경험이 있었던 그녀는 그 당시를 이야기하며 힘들어한다.
다른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낙태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따뜻한 공감으로 낙태를 결정한다.
시술 과정은 이전 낙태 경험과 달랐다.
시술 후 애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꾸려나갔다.
하지만. 불법 낙태 시술로 옆집 친구가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친분이 깊던 사람의 죽음으로 애니는 MLAC의 모임에 참석해 자신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낙태죄 폐지를 위해 적극적인 투쟁을 시작한다.
영화는 197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만 해도 여성의 인권은 바닥이었다.
영화에도 언급되듯 여성이 성적인 자기결정권은 내세울 수도 없는 시기다.
주인공 애니도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 생각한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녀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남편은 출장을 가서 없었으며, 집에는 어린아이들만 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와 낙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낙태는 불법이며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는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낙태할 때까지 불안하고 두려웠다.
오히려 낙태 후 일상이 더 즐거워진다.
MLAC에 도움을 받아 낙태했지만, 행동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옆집 친구의 죽음은 애니를 활동가로 만든다.
원치 않는 임신이 결국 여성을 위험한 불법 시술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했던 안전한 시술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차와 커피를 준비하고 설문지를 작성하는 걸 도와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받았던 만큼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낙태를 원하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활동을 통해 애니의 자존감은 높아진다.
자신이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프랑스는 임신중절이 합법화된다.
영화는 애니라는 주인공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한다.
특히,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깊은 인상을 주며 여성의 차별적 대우와 인권 신장에 대한 의지를 일깨운다.
임신은 여성 남성 모두에게 책임이 있지만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마지막은 여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영화.
한편, 한국은 2019년 4월 11일에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다.
2021년 1월 1일부터 그 효력이 상실한 상태다. 하지만, 모자보건법에 명시된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는 아직도 남아있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