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알아간다는 것
인적이 드문 밤, 한 여자(김재경 분)가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주워 와 자기 집 욕실에서 해체 작업을 한다.
라텍스 장갑까지 끼고 하나씩 가지런히 바닥에 늘어놓고 사진을 찍는다.
이를 통해 이웃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
얼굴만 보면 몇 호인지, 뭘 좋아하고, 지금 어떤지 아는 그녀 앞에 낯선 남자(현우 분)가 나타난다.
누군지 몰라 긴장한 상태에서 남자가 옆집으로 들어가자 궁금해진다.
회사에서도 늘 고객정보를 분석하는 게 주특기인 지수는 어느 날, 옆집 남자가 쓰레기를 버리자 냉큼 주워 와 강우재라는 남자를 분석한다.
며칠 후, 퇴근길에 집 앞에 있는 택배상자를 가지고 들어와 살펴보니 우재에게 온 물건이다.
갖다 주려다 발신인 이름을 보니 여자 이름이라 호기심에 뜯어보니 여자의 물건이 한가득인 게 그동안 남자가 선물한 것들인가 보다.
다음 날, 술에 잔뜩 취한 세라(김률하 분)가 밤늦게 지수의 집을 찾아와 우재를 찾는다.
세라는 지수에게 자기 반지를 건네며, 우재한테 자기가 찬 것이라고 전해 달란다.
지수는 그제야 옆집 남자에게 택배를 전달하고, 우재가 고스란히 갖다 버리자 쓰레기를 주워 와 다시 살펴 보면서 우재에게 더 관심을 갖는다.
우재가 키우는 물고기랑 같은 어종을 사고, 우연히 이를 본 우재가 지수에게 호감을 느껴 자기 집으로 초대한다. 그렇게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부대찌개를 먹을 때 맥주가 좋은지, 소주가 좋은지를 두고 두 사람의 의견이 갈린다.
결국 둘은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기로 하고, 소맥 때문인지 둘은 속마음을 서로 공유한다.
영화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민 사진만 올리는 SNS 대신 남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니, 솔직하다고 생각하는 쓰레기를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믿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무리 쓰레기에 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사람을 알 수는 없다.
사람 대 사람으로 오랜 기간 서로 대화도 나누고, 식사도 하고, 여행도 같이 가봐야 상대를 알 수 있다.
1인 가족이 증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린 점점 타인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혼자 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여행하고, 죽을 때도 아무도 모르게 혼자 가는 시대라 남과 어울려 사는 게 더 소중해진 지금에 어울리는 영화 <너를 줍다>는 오는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