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세계에 입문한 여자의 성장담
누군가 먹다 남은 바나나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던졌는데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도 치우는 사람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다들 잘 피해 가는데, 한 여대생이 걷다가 바나나를 밟고 쓰러져 한쪽 다리를 다친다.
대타를 못 구하면 잘릴 위기라 친하지도 않은 샤룰(바애트세지 베랑글 분)에게 자기 대신 성인용품 가게 알바를 부탁한다.
얼떨결에 나무우나 대신 알바를 하게 된 그녀에게, 사장(피도브쟌트스 엥크틀 분)은 존경하는 과학자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부모님 뜻대로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는 게 맞느냐며 당장 전과하라고 말한다.
초면에 무례한 사장과의 만남 이후, 계속해서 알바를 하고, 그날의 매상을 매일 사장에게 갖다 준다.
성적으로 개방적인 것 같아 선뜻 다가가기 힘들 것 같았지만, 알고보니 과거 유명한 무용수였고,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인 걸 알게 된 샤룰은 사장과 친해진다.
몽골 영화 <세일즈 걸>은 갓 스무살의 한 학생이 우연히 성인용품 가게에서 일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포스터 디자인이나 소재 때문에 섹시하거나 코믹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지루할 만큼 진지하다.
이는 모두가 공개적으로 말하길 꺼리는 주제인 성(性)에 대해 자유롭게 평범하게 말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해서, 어른의 세계에 막 발을 들인 스무 살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아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감독의 의도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스터나 소재만 보고 영화를 선택하면 실망할 수 있으나, 국내에서 몽골영화를 볼 기회가 적으니 한 번 봐도 좋을 듯하다. 오는 15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