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예술인에게 임신이란?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갑자기 임신해 당황한 여자(한해인 분)와 당초 임신을 계획하진 않았으나 너무 잘됐다며 기뻐하는 남자(이한주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자는 한창 작가로서 일이 잘 풀리고 있는데, 덜컥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해 창작활동에 제약을 받을까봐 걱정돼 아이를 낙태하려 한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며 아이를 낳자고 한다.
병원에서도 수술 도중 산모가 잘못될 수 있다며 그냥 낳으라고 권한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호르몬 변화와 체중의 변화로 여자는 점점 힘든 상황에 놓인다.
자기보다 일이 안 풀리던 동생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는데, 자기는 잘 써지던 글도 안 써진다.
이에 대해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지영 감독은 여성 예술인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집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자기를 주위 사람들은 백수 취급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일하는 이도 늘었다. 집에서 일한다고 다 노는 건 아닌데, 예술인의 특성상 당장 결과물이 안 나오니 문외한이 볼 땐, 하는 일 없이 논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때문에 극 중 유재이 역시 남자친구가 볼 땐, 뭐 글 쓰는 게 그리 위대하거나 거창한 일도 아닌데, 글 쓰는 일 때문에 아이를 안 낳겠다고 하나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면 창작활동을 이어가기 힘들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제도는 있지만, 예술인은 제도권 밖에 있기에 더 힘들다는 게 유 감독의 말.
2시간 3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흠이긴 하지만, 여성 예술인의 고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