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공룡의 싸움, 승자는?
우리 금융당국은 최근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특정 주식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이 주식을 보유한 증권사에서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판 후에 일정 기간 내에 해당 주식을 사서 갚는 걸 의미한다.
예컨대 A라는 주식이 오늘 1만 원인데 오늘부터 계속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 일단 내가 거래하는 증권사에 A라는 주식 1,000주를 빌려서 1만 원에 매도하고, 3일 안에 A 주식 1,000주를 사서 돌려주면 된다.
이때 A 주식의 가격이 7천 원이 되었다면, 나는 1만 원에 팔았고, 7천 원에 사서 갚으니 주당 3천 원의 수익이 생겨 총 300만 원을 벌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3일 후에 A 주식의 가격이 12,000원이 되었다면, 주당 2천 원의 손해를 입어 총 200만 원을 날리게 된다.
결국 공매도 세력은 자기가 빌려서 팔아버린 A라는 주식이 계속 가격이 하락하길 바라게 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야기된다. 이른바 정보지를 통해 A라는 기업에 대해 악성 루머를 퍼트려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도 한다.
영화 <덤 머니>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게임스탑’ 주식에 대한 공매도 세력과 개미(개인투자자)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2021년 1월 25일, 개미들 때문에 게임스탑의 주가가 100달러를 넘자 공매도 세력이 긴장한다.
이는 6개월 전 ‘포효하는 냥’이라는 닉네임의 한 주식 유튜버가 당시 3.85달러에 불과했던 게임스탑 주식이 저평가됐다며 이 주식을 사라고 부추긴 여파다.
처음에는 고양이 티셔츠를 입고서, 월가에서 팔아치우는 주식을 사라는 남자의 말을 무시했지만, 워낙에 싼 주식이니 더러는 게임스탑 주식을 사기도 했다.
계속해서 그가 자기의 수익을 공개하자, 무려 800만 명에 달하는 개인들이 게임스탑의 주식을 산 까닭에 한때 주당 35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개미들은 이를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이라고 생각해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다.
게임스탑의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버는 공매도 세력은 반대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고, 결국 ‘포효하는 냥’과 개미들의 소통을 막기 위해 이들이 이용하던 리딧이라는 커뮤니티의 ‘WSB’ 게시판을 폐쇄해 버린다.
게다가 그동안 ‘포효하는 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던 키스 길(KEITH GILL)은 회사에서 잘린다.
설상가상으로 주식거래 수수료가 무료라 게임스탑 주식을 거래하던 개미들이 이용하던 ‘로빈후드’ 앱에서 게임스탑 주식을 팔 수는 있어도, 살 수 없게 막아버린다. (참고로 팔아치우는 사람이 많으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다.)
이에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까지 나서서 왜 게임스탑 주식을 못 사게 막았는지 로빈후드 CEO에게 따져 물으며 사태를 키운다.
키스의 집 앞에 개인투자자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고, 하원에서 소환장을 보내온다.
게다가 키스는 벌써 이틀 연속 하루에 1,500만 달러의 손해를 봐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그때 WSB 게시판이 다시 열리고, 로빈후드 앱에서도 게임스탑 주식거래가 정상화된다.
게임스탑 주식을 산 사람들은 키스가 큰 손해에도 불구하고, 아직 팔지 않고 보유 중이라는 걸 알고는 다시 게임스탑 주식을 사고, 주가도 다시 오른다.
2021년 2월 8일, 키스는 하원에 출석해 ‘머리와 돈’이 있어도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주식시장이 망가졌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청문회 후, 그는 게임스탑 주식 보유량을 2배로 늘렸고 게임스탑의 주가는 그 주에 3배나 올랐다.
같은 해 4월 그가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후 종적을 감췄는데, 그의 자산은 3,400만 달러로 추정된다.
또, 이 사태로 공매도를 주도한 대형 헤지펀드(고액투자자를 모아 단기간 고수익을 얻는 걸 목표로 고위험 투자를 하는 자금) 멜빈 캐피탈은 폐업했고, 로빈후드는 상장 폐지 돼 주가가 90%나 하락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아무리 막대한 자금을 앞세운 공매도 세력일지라도, 그들이 ‘어리석은 돈’(dumb money)이라며 무시하는 개미들이 똘똘 뭉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점이다.
개미들은 정보도, 자금도 부족하지만, 하나로 똘똘 뭉치면 공룡처럼 몸집이 큰 헤지펀드도 이길 수 있다.
힘없는 개인투자자들이 하나로 힘을 합하면,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것도 가능하다. 영화 <덤 머니>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