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야기로, 메시지는 불분명
영화 <울산의 별>은 남편이 사고로 죽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남편 대신 조선소에서 일하게 된 윤화(김금순 분)와 학교에서는 왕따이지만, ‘화장빨’로 SNS에선 스타인 딸 경희(장민영 분) 그리고 조선소에서 일하는 친구들 앞에서 ‘한방’을 강조하면서 가상화폐로 돈 좀 벌어보겠다며 아무 일도 안 하는 아들 세진(최우빈 분)의 이야기다.
용접작업 중 손에 화상을 입은 윤화에게 회사에선 경영상황이 안 좋다며 해고 통보를 한다.
이에 윤화는 20년 전 그 사고의 진실을 알고 있어서 자르는 것이냐며 따지지만, 기장(技匠)은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설마 그 일 때문이겠냐며, 그동안 편의를 많이 봐 줬지만 더는 힘들다고 말한다.
윤화는 퇴근길에 과일바구니를 사서 거기에 돈봉투까지 얹어 기장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기장은 자기도 위에서 지시받는 입장인지라 괴롭긴 마찬가지다.
집에 온 윤화는 밤늦게 들어오는 아들에게 코인 투자 같은 도박으로 돈 벌지 말고,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조선소에 취직하라고 잔소리한다.
이에 세진은 엄마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며, 그러다가 해고나 당한다고 쏘아 부친다.
안 그래도 해고통보를 받았기에 윤화는 아무 대꾸도 못한다.
다음날, 출근한 윤화는 원래 자기가 정리대상이 아니었다는 소문을 듣고 열이 뻗친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뇌물을 주고라도 해고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아들이 몰래 집 담보로 1억 원이나 대출받아 코인에 투자한 걸 알게 된다.
한편, 남편의 기일을 맞아 친척들이 오고, 남편의 사촌동생이 이혼을 앞두고 돈이 없는지 작은아버지가 어차피 자기가 죽으면 관리할 사람도 없는데 문중 땅을 팔아서 나눠 갖자고 한다.
그동안 ‘남편 잡아먹은 년’ 소리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지켜온 문중 땅인데, 이제야 그걸 팔자고 하니 윤화는 울분이 밀려온다.
영화 <울산의 별>은 울산이 고향인 아버지를 따라 정기혁 감독이 울산에 갔다가, 사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하게 됐다.
중앙대 대학원 졸업작품에 출연한 김금순과 뒷풀이 중 시나리오를 건넸고, 3년 후 제작 지원을 받게 됐으니 이제 찍자고 연락해 촬영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 영화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남편을 잃고 생계를 위해 여성성을 포기한 채 가장이 된 엄마와 친구들처럼 성실하게 일하기는커녕 가상화폐로 한방을 노리는 아들과 화장 솜씨로 SNS 스타가 된 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딸 그리고 이혼을 앞두고 돈이 필요해 문중 땅을 팔았으면 하는 남편의 사촌동생 등.
이에 대해 감독은 처음 남편이 주인공인 시나리오를 썼다가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윤화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가족의 이야기, 세대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누구 하나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우리가 사회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한 사람이 있기에, 이를 반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참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다 보니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전달엔 미흡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거의 없었다.
영화 <울산의 별>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