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해법이 안락사?
2019년 12월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의 옴니버스 영화 <10년>에 삽입된 18분짜리 단편 영화 <플랜 75>가 이번엔 113분 분량의 장편 영화로 다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한 남성이 누군가 죽인 듯 피투성이가 된 채 총을 들고 어딘가로 향한다.
그는 늘어나는 노인들로 인해 청년층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나라를 위해 노인들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그런 가운데 정부에서는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플랜 75’라는 법을 제정한다.
신청자에게는 월 10만 엔의 생활보조금은 물론, ‘합동 플랜’을 선택하면 사후에 다른 사람과 합장하는 조건으로 무료로 장례도 치를 수 있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도 해주니 참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이 제도의 취지는 고령자가 얼른 세상을 떠나도록 안락사를 권하는 것이다.
물론 언제든지 중단할 수도 있지만, 안부 전화를 통해 변심을 막는다.
소재가 독특해 메시지가 강렬하지만, 옴니버스일 때에 비해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2016년 초고령사회(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노인들을 짐으로 여기고, 남에게 짐이 되기 싫어하는 일본인의 특성을 이용해 꾸준히 노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도록 분위기를 조성 중이라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비단 일본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씁쓸하다. 다음 달 7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