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주요 소재인 까닭은?
영화 <오키쿠와 세계>는 에도막부 시대인 1858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에도막부 시대 당시 경제부흥을 이룬 게 사실이지만, 쇄국정책(鎖國政策)을 통해 외국과 단절된 채 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세계’라는 단어도 몰랐던 시절이다.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으니 물자가 귀했다. 그런 까닭에 당시 서양에선 집 앞이나 강에 버리던 분뇨조차 돈 주고 사고, 팔았다.
분뇨를 돈 주고 사서 이를 당시 농부에게 돈 받고 팔면, 농부는 이를 거름 삼아 채소를 재배하고, 사람들이 그 채소를 다시 사서 먹고, 다시 배설하면 그 분뇨를 농부에게 파는 이른바 ‘순환경제’ 시스템이 잘 작동하던 시대였다.
영화는 분뇨업자와 무사의 딸 오키쿠의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
오키쿠의 아빠는 무사(武士)였지만, 상관의 비리를 눈감지 못해 결국 파면당한 채 공동주택에서 살아간다.
주먹밥에 소금 대신 된장도 좀 넣어보라는 아빠의 한마디에 다음부터 아예 주먹밥을 안 만들어 줄 정도로 차가운 오키쿠 앞에 폐지를 주워 파는 츄지가 마음속에 들어온다.
이후 그가 돈벌이를 위해 분뇨업자로 전업해 오키쿠가 사는 동네를 전담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호감이 커진다.
영화는 각각의 장(章)으로 넘어가기 직전을 제외하곤 모두 흑백으로 처리했다. 그래서 분뇨가 영화 내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리 비위가 상하지 않는다.
장마 때문에 강물이 불어 분뇨업자가 며칠 오지 못하자 공동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난리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똥거름장수’라며 분뇨업자를 무시한다.
부잣집에서 일하는 한 남자는 “우리는 먹는 게 다르다”며 ‘똥값’을 더 달라며 ‘꼴값’을 떤다.
츄지와 함께 일하는 야스키가 봉변을 당해 얼굴이며 팔에 똥칠을 하자, 이를 본 오키쿠가 야스키의 얼굴을 닦아주려고 하자 지나가던 한 여성이 오키쿠에게 “왜 저런 사람과 같이 다니냐?”며 한마디한다.
오키쿠는 무사의 딸이기에 제대로 기모노를 갖춰 입었고, 야스키는 똥지게를 지고 가고 있으니 야스키를 얕잡아 본 까닭이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먹으면 싸는 건 똑같다. 라면을 먹든, 인삼 깍두기를 먹든, 어쨌든 배설하면 냄새나는 건 똑같다.
재벌 회장이 싼 똥이라고 똥값이 금값일리 없다. 비료로 사용하는데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지금 기사를 읽는 이 중에도 자꾸 똥 얘기가 나와서 불편한 이도 있을 것이다.
하물며 1시간 30분 동안 영화 내내 똥이 주요 소재로 나오니 이 영화가 얼마나 관객을 불러 모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이 영화를 봐야 한다. 우리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 입에 직접 담기에도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삼아 우리의 생각을 깨뜨린다.
말로만 직업엔 귀천(貴賤)이 없다고 하는 이에게 이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오는 21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