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나?
영화 <서바이벌 택틱스>를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꼭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나?
집 앞 가로등 아래서 줄넘기를 하는 남자가 있다. 그 사람이 줄넘기를 한 자리는 항상 땀이 떨어져 있다.
하지만, 줄넘기를 막 마친 그 남자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 남자는 전혀 땀을 흘리지 않고 있었다.
눈은 부은 채로 지나가는 남자를 스쳐지나, 그 사람이 줄넘기를 하던 장소에 가니 역시나 물이 있었다.
고양이가 와서 그 물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궁금해 맛을 봤다. 짠맛이 났다.
그것은 아마도 그 남자의 눈물이리라.
쌍둥이 언니 성희의 죽음으로 대학교 과 사무실을 찾은 성령은 성희라고 의심 받는다.
관심 받고 싶어서 그런다는 오해를 받으며 안 좋은 시선을 접한다.
보험 설계사인 남자 우호는 블랙박스 영상을 찾아 보험금 지급 사건을 마무리한다.
그의 일은 보험 사기를 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 뒤를 캐는 일이다.
집에서는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병 간호를 한다.
접점이 없어 보였던 둘은 성희가 가지고 있던 편지를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된다.
우호는 성령의 쌍둥이 언니 성희의 보험금 관련해 조사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성희가 쓴 것인지 아니면 성희가 받은 것인지 알 수 없는 편지는 두 사람이 함께 성희가 죽은 이유를 찾아 나서는 계기가 된다.
영화는 느리게 전개된다. 주인공들의 일상을 하나씩 보여주며 딱히 설명을 하지 않는다.
이해가 갈 듯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우리의 일상처럼 흘러간다.
우리의 삶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지 않는가!
영화를 보고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 영화는 재미없고, 지루하며,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상을 통해 무언가를 느낀다면 그것이 이 영화를 이해한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모두 이성적으로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처럼 우리의 일상도 가끔은 모호하고, 가끔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살아간다. 이 영화의 성령과 우호처럼 말이다.
영화 <서바이벌 택틱스>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