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을 벗고 상대를 보라
학교가 끝나자 계속 노리를 찾던 아미코는 다들 노리를 못 봤다는 말에 터벅터벅 혼자 하교한다.
엄마가 운영하는 습자(習字)교습소에 가서 수업을 훔쳐보다 걸린 아미코는 엄마에게 나도 습자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엄마는 숙제도 안 하는 너는 배울 수 없다며 집으로 돌려보낸다.
풀이 죽어 혼자 집에 있는데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가 갑자기 등장해 생일을 축하 해준다.
기쁜 아미코가 일회용 카메라로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폼을 잡자, 엄마가 기다리라며 거울을 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미코가 사진을 찍자, 화가 난 엄마가 됐다며 카메라를 빼앗는다.
얼마 후, 비가 억수로 오는 날 양수가 터진 엄마가 급히 병원에 간다.
동생이 태어나면 며칠 전 생일선물로 받은 워키토키로 놀 생각이던 아미코는 오빠랑 테스트 해본다.
그때 아빠가 집에 오자 급히 현관으로 나가보니 아빠가 다시 병원에 갔단다.
그래서 애기는 어디 있는지 묻자, 오빠가 “아무 데도 없다”고 답한다. 이에 아미코는 실망한다.
엄마가 퇴원했지만, 진짜로 동생이 없다. 소문을 들었는지 슈퍼마켓 주인 아줌마가 아미코에게 위로를 건넨다.
태어나자마자 별이 된 남동생을 위해 아미코는 노리에게 부탁해 ‘남동생의 묘’라는 팻말을 만들어 집 정원에 세워둔다.
잠깐이나마 세상에 왔다 간 남동생을 기리려는 뜻이었는데, 이를 본 엄마가 오열하는 것도 모자라, 노리와 노리 부모까지 찾아와서 사과한다.
다음 날, 학교에서 아미코를 만난 노리가 “너 때문에 혼났다”며 화를 낸다.
얼마 후, 아미코는 베란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며 죽은 동생이 성불(成佛)하지 못해 유령이 된 것 아닐까라고 말해 아빠의 화를 돋운다.
아미코의 이런 행동들 때문에 결국 부모가 이혼하고, 아미코는 아빠랑 함께 할머니 집으로 이사한다.
아빠랑 할머니랑 재미있게 놀다가 대뜸 아빠가 집에 간다며, 앞으로 할머니랑 잘 지내라고 말하고 아미코를 떠난다.
영화 <여기는 아미코> 속 아미코는 천진난만한 소녀다. 하지만 남들이 볼 땐 4차원 소녀처럼 보인다.
게다가 키도 작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아미코가 짝사랑하는 노리는 아미코 오빠의 부탁 때문에 하교는 같이 해 주지만, 아미코가 성가시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 아미코는 곧 남동생이 태어나면 재미있게 놀아야지 하고 기대하지만,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나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추모한다.
그러나 그런 아미코의 행동이 부모에겐 상처가 된다. 부모를 포함해 남들이 볼 땐 아픈데 소금 뿌리는 참 짓궂은 아이처럼 보인다.
묘지도 없이 떠난 남동생(나중에 알고보니 여동생이었지만, 누구도 아미코에게 제대로 동생 성별도 안 알려줬다)을 추억하기 위해 팻말이라도 세워둔 것인데, 그런 아미코의 마음을 아무도 몰라준다.
원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법이다. 아빠가 출근하기 전 구두를 데워두려고 신고 있던 것인데, 큰아들은 기특하다며 칭찬하고, 둘째 아들에겐 바쁜 출근 시간에 장난이나 친다며 혼내는 법이다.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해도 이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썰렁한 농담에도 위트있는 사람이라고 하기도 하고, 참 실없는 사람이라고 하기도 한다.
테스트 삼아 사진을 한 장 미리 찍어볼 수도 있는데, 굳이 엄마가 용모를 단장하기도 전에 찍는 심보가 뭐냐며 카메라를 빼앗아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미코는 억울하다. 또래보다 키도 작고, 천진난만한 것은 사실이지만 심보가 나쁜 건 아닌데 다들 그녀를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해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비난한다.
비단 아미코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특히 상대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누구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법이다. 색안경을 벗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화 <여기는 아미코>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