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본 입양 문제
19살 칼은 덴마크의 시골 농장에서 생활한다. 일상은 매우 조용하고 반복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소를 돌보는 것이 하루의 일과다.
가끔 농장에서 일하는 또래와 바(bar)에 가서 술 한잔하는 것이 일상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이다.
조용한 일상이 전부이지만 칼의 마음은 조용하지 않다.
대다수가 백인인 마을에서 칼은 이방인 같은 존재다.
TV에서 한국의 이산가족 문제가 나올 때나, 술집에서 동양인을 봤을 때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양부모는 칼이 가족의 농장을 물려받아 가업을 잇기를 바란다.
칼도 언젠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얘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친척들도 칼을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농담이라며 동양인 비하 발언을 자연스럽게 한다.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이야기도 말이다.
영화 <조용한 이주>는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주인공 ‘칼’을 통해 해외 입양아의 문제를 보여준다.
화면만 보더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보이지 않는다.
칼과 양부보가 함께 앉아 있는 식탁에서마저 칼은 이질적이다.
단순히 외모로 인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칼이 비하 발언을 들어도 양부모는 이성적인 대처만 할 뿐, 칼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다.
어떤 자리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며 고립되어 보인다.
영화는 아주 잔잔히 흘러간다. 이런 입양아들이 느끼는 문제들을 말로 하지 않는다.
그저 주변 상황과 사람들의 행동으로 이야기한다.
십 몇 년을 가족으로 살아도 넘을 수 없는 거리감을 말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처럼 자신도 낯선 땅에 떨어진 이방인일 뿐이다.
약하디 약한 송아지처럼 아주 힘겹게 삶을 이어 나가는 드러나지 않은 칼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칼은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지만 내면 깊이 감춰진 자신의 뿌리에 대한 갈망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이런 모습들을 통해 해외 입양아의 문제를 드러내며 큰 울림을 준다.
특히, 감독인 말레나 최도 해외 입양아로 입양인의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한다.
해외 입양인의 문제를 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 <조용한 이주>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