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에서 주인공 이이즈카(카라타 에리카 분)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시작한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그날도 아침이 오고 매일과 같이 공허한 일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녀는 “나 하나 없다고 한들 세상은 잘 돌아갈 거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회사에 가지 않았다.
혼자 자취를 하는 이이즈카는 살아가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공허한 일상은 채워지지 않고 매일이 반복된다.
진상 고객이 화를 내도 그냥 참는 것이 다반사고, 점장의 야근 요청도 거절하지 못하고 승낙한다.
집에서 엄마가 보내준 먹거리는 상자에 그냥 방치돼 있고, 즉석식품이나 컵라면 등의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운다.
커튼이 망가져도 집주인한데 강경하게 고쳐 달라고 얘기하지 못하고, 스스로 고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공허함을 넘어 우울증이 이이즈카에게 녹아 있다.
엄마에게는 회사를 그만 둔 현 상황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잘 지낸다고 거짓말을 한다.
매일이 공허하고 하루가 지나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중학교 동창 오오토모가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온다.
오오토모의 전학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지만 먼저 아는 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만남은 지나가는 듯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난다.
이후 둘은 가끔 만나 함께 볼링을 치고, 술을 마시며 가까워진다.
술을 마신 후 오오토모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고, 이이즈카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말하게 된다.
광고회사에 영업직으로 근무했던 이이즈카는 자신만 잘해내지 못해 힘들었던 회사 생활이나, 출근하려고 나가던 중 회사를 가지 않았던 날,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 함께 근무했던 자신감 넘치는 동료의 모습 등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한다.
오오토모는 “어떻게 항상 맞는 길로만 가겠어?”라며 “괜찮다”고 위로하고, 이이즈카는 울음을 터트린다.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 겁나서 마주 보지 못했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던 이이즈카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퇴사 소식을 전한다.
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취업에 성공했지만, 부적응으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가고 있는 청춘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모른 채 오직 취업을 위해 달려오지만, 막상 취업을 하고 나니 회사생활이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
야근은 밥 먹듯이 하게 되고, 신입이라 익숙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자주 혼이 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존감은 떨어지고 내가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이즈카는 내성적인 성격에 영업 일을 했으니 더 했으리라!
결국 퇴사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생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은 더욱 더 떨어지게 된다.
어차피 아르바이트는 취업을 위해 잠시 거쳐가는 시간으로 결국 다시 취업 준비생이 돼 다시 구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누구나 겪지만 누구나 쉽게 지나가기에는 힘든 시간이다.
이런 이이즈카의 상황이 변한 것은 오오토모를 만나고 나서다.
오오토모를 만나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같은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힘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어렵게 전화해 자신의 상황을 말하던 날, 앞으로 살 날이 더 많다는 엄마의 말은 큰 위로를 전한다.
자신의 힘든 상황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면서 주변의 사람들이 이이즈카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힘든 나를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힘은 나에게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매일 사람에게 상처 받지만 결국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도 사람이다.
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사람을 통한 치유를 이야기하며 고통은 나누면 절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영화는 관객에게 위로를 건넨다. 오는 29일 개봉.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