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다운 영화는?
영화 <찬란한 내일로>는 영화 <거미집>처럼 영화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이탈리아 감독인 조반니(난니 모레티 분)가 1956년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면서 공산당이나 스탈린의 초상화가 소재로 사용되는 걸 두고 제작진 사이에 논쟁이 인다.
드디어 영화를 찍게 됐지만, 예술성이 있네, 없네 논쟁이 이어진다. 이 일로 조반니와 파울라(마거리타 부이 분)는 이혼 위기를 맞는다.
그런 가운데 넷플릭스와 미팅을 하게 됐는데, 넷플릭스 측에서 190개국 시청자가 즐기기에 임팩트가 약하고, 주의를 끌만한 장면도 너무 늦게 나오고, 유명한 배우도 안 나온다고 지적한다.
조반니 감독이 기운을 잃고 현장에 복귀하자, 미국 드라마를 찍게 됐다는 배우, 영화 소품으로 준비한 동물 사료 값도 만만치 않다는 스태프까지 기운 빠지는 일의 연속이다.
이에 파울라가 한국 제작자에게 대본을 보여주자, 조반니의 기대와 달리 작품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더니 투자를 결정한다.
<거미집>이 과거의 영화 제작 환경을 보여준다면, 이 영화는 과거를 배경으로 현재의 영화 제작 환경을 보여준다.
배우들 때문에 감독의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이나, 다 찍어놓고 갑자기 결말을 바꾸자는 감독의 폭탄선언 등이 닮았다.
둘 중 한 영화가 베끼진 않았을 텐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화에 대한 감독의 마음은 똑같은 모양이다.
이 영화 속 감독 역을 맡은 난니 모레티가 사실은 이탈리아 거장 감독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야기가 영화에 녹아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넷플릭스의 요구대로 만들다가는 자기의 철학을 담기 어려워하는 모습이나, 한국 영화사가 제작자로 나서는 모습은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고민이나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보여준다.
첫 장면에서 경쾌한 음악과 함께 독특한 방법으로 제목을 표출하는 영화 <찬란한 내일로>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