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고 싶은 그대에게
많은 이들이 유명해지고 싶어한다. 노래를 잘하지만 돈이 없어서 야식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배달 중 노래를 부르던 청년은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려, 서울의 유명 대학 교수에게 레슨을 받고, 후에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까지 나왔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유명해지면 돈이 따라온다. 만약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 유명해지면 돈이 아닌 권력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X(옛 트위터), 틱톡 등 SNS에 관심을 끌만한 사진과 영상을 올린다.
이런 욕망은 비단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동요를 통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모습.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라며 노래했다.
이러니 요즘 태어난 아이들이나 부모조차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응원한다.
개그맨 김구라는 아내의 도박 빚 17억 원을 1년 만에 모두 갚았다고 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평생 모으기도 힘들 돈인데, 연예인은 1년이면 버는 돈이다.
그러니 유명 인사가 되어 이를 발판 삼아 연예계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 줄을 선다.
꼭 가수나 탤런트가 아니어도 경찰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다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급기야 천만 영화에 출연하기도 한다.
TV 시사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던 어느 대학 교수는 그동안 열심히 얼굴을 알린 덕분에 드디어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만약 TV에 출연하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이 전부 알아볼 정도의 유명 인사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드림 시나리오> 속 폴(니콜라스 케이지 분)은 딸 소피가 꿈에서 자기가 위험에 처했는데, 아빠가 보고만 있었다는 말에 왜 딸이 똑같은 꿈을 3번이나 꾸었는지 궁금해하면서,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하며 억울해한다.
강의를 마친 그가 식당에 가니 종업원이 혹시 우리가 구면(舊面) 아니냐고 하는데, 이렇게 저렇게 맞춰봐도 통 연결고리가 없다.
퇴근 후 아내랑 연극을 보고 나오는데, 전 여자친구가 불쑥 나타나 요즘 자기 꿈에 폴이 종종 나온다고 말한다.
폴은 딸과 전 여자친구 외에도 학생들 꿈에도 자기가 나왔다는 걸 알게 되고, SNS에선 폴이 꿈에 나왔다는 이들이 속출한다.
급기야 자국민 외에 외국인의 꿈에도 폴이 나왔다는 증언이 잇따르자, 그에게 인터뷰 요청과 광고 요청 그리고 출판 제의까지 쏟아진다.
연예인보다 더 많은 인기에 그는 ‘연예인병’에 걸리고 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의 꿈이 악몽으로 변하자 그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
아니 내가 남의 꿈에 일부러 나온 것도 아닌데, 그리고 꿈이 현실도 아닌데, 꿈에서 내가 해코지 했다고 현실에서 나한테 해코지 하는 게 맞는가 싶어 그는 억울해한다.
그러나 폴이 꿈에서 자기에게 나쁘게 굴었다며, 폴의 아내와 딸이 직장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고, 학교폭력을 당하자 아내가 제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라고 종용한다.
이에 폴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만, 결국 자기 꿈에도 자기가 나와 해코지를 하자 그제서야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영화 <드림 시나리오>는 모든 사람의 꿈에 나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신선한 소재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소재의 신선함 만에 기대기는 부족해 보인다. 영화는 딱 중반부까지만 재미있다. 그 이후엔 지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명인이 되고 싶어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서두에 얘기한 야식집 배달원 출신 가수는 유명해지자 거기에 취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최근 공연을 앞두고 음주운전을 한 그는 행여 공연이 취소돼 금전적 손해를 볼까 두려워 자기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운전은 매니저가 했다며, 차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도 버려 버렸다.
그러나 떼돈을 벌겠다는 그의 꿈은 악몽으로 변해 버렸다.
국과수에서 음주 사실을 밝혀내고, 경찰이 구속수사를 운운하자 결국 그는 음주운전 혐의를 인정했다.
유명해지면 나락으로 가는 것도 한순간이다. 음주운전은 하면 안 되지만, 설령 했더라도 김호중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잃을 것도 없으니 이런 어리석은 대처로 나락으로 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광고 위약금에 공연 취소로 인한 위약금과 티켓 환불 비용까지 수십억 원을 잃을 게 걱정돼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 했다가 이젠 대중에게 버림받을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유명해지는 게 꼭 좋은 것도 아닌 것 같다.
영화 <드림 시나리오>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