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전작 <동물, 원>을 통해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동물권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 왕민철 감독이 이번에는 <생츄어리>를 통해 야생동물의 안락사를 통해 과연 동물에게 좋은 선택이 뭔지 생각해 보게하는 다큐멘테리 영화 <생츄어리>를 선보인다.
전국 17곳의 동물구조센터에서 연 평균 15,000마리의 야생동물을 구조하지만, 이중 65%는 안락사로 운명을 달리하고, 35%만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청주동물원, 프로젝트 문 베어(PROJECT MOON BEAR)를 중심으로 야생동물 구조와 안락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안락사시키는 수의사 입장에서 진짜로 야생에 적응하지 못할 건가, 이게 맞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수의사의 고민과 함께, 신체적으로 아무 문제 없어도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을 안락사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 보호시설인 생츄어리(sanctuary)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청주동물원에 근무하다가 곰 생츄어리 건립을 위해 프로젝트 문 베어로 옮긴 최태규 수의사는 곰 사육장에서 구조한 곰을 위한 생츄어리 건설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설은 동물원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으나, 야생동물을 가둬두는 이유가 다르고, 거기에 따른 돌봄의 수준이 다르다며 생츄어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참 무겁다. 기껏 구조한 야생동물을 안락사시키고, 비닐에 밀봉해 창고에 보관한다.
이에 대해 왕 감독은 <동물, 원>을 찍을 때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죽음에 대해 다룰 분위기가 아니어서 이번에 동물들의 죽음에 대해 다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생츄어리만 있으면 동물들이 죽지 않을까?
이에 대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근무하는 김봉균 씨는 유한한 자원 때문에 안락사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동물의 권리 측면에서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할까 싶을 때 안락사시킨다며, “생츄어리는 필요하지만 안락사의 회피처가 되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안락사에 대한 기준을 완화해 치료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청주동물원 근무 당시 9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순이’라는 곰을 안락사시킨 최태규 수의사는 “억지로 살리는 게 더 부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안락사가 오히려 동물에게 더 좋을 때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동물에게 행복한 선택이 뭘까? 안락사시키는 게 더 좋은 일일까? 아니면 다쳐서 야생에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생츄어리>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