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은 살아 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6살 때부터 홍콩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이소룡(영어 이름 브루스 리)이 문제를 일으켜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홍콩에 복귀하자 팬들은 열광했다.
10단의 전기충격을 견디기 위해 보조제도 그만큼 많이 먹었기에 몸에 무리가 갔을 것이라는 게 주변인들의 증언.
액션 연기를 위해 왜 괴성을 지르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팬들이 좋아하니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었다.
그의 인기가 높아지자 워너 브라더스가 다른 영화 촬영 중인 이소룡을 빼갔을 정도다.
그러나 1973년 돌연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이소룡의 뒤를 이을 배우를 발굴하려 해도, 영화제에 참가한 해외 배급사는 이소룡 작품만 원할 정도로 죽어서도 그의 영향력이 컸다.
그런 가운데 브루스 라이가 이소룡의 뒤를 이어 다양한 이소룡의 전기영화에 참여한다.
그러나 이소룡의 전기영화는 점점 이상한 설정이 보태져 실제 이소룡의 삶과 다른 내용으로 변질됐다.
이소룡 대역으로 인기를 얻은 브루스 라이는 스스로 이소룡과 닮지도 않았고, 이소룡의 절권도를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스스로 출연료를 깎기도 했다.
이외에도 드래곤 리, 여소룡, 볼로, 짐 캘리는 물론 ‘여자 이소룡’ 모영 등 이소룡으로 먹고 산 배우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류작이 판을 쳤지만 그 수가 워낙 많아 이소룡 유족이 법적으로 손쓰기 힘들 정도였다고.
게다가 어차피 동양인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독일인들은 아류작이고 뭐고, 그냥 화려한 액션에 열광했다.
이에 배급사들이 알고도 속이고, 속아서 사기도 하는 등 이소룡 아류작이 판을 쳤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저작권 위반이지만, 당시엔 그만큼 안타깝게 타계한 이소룡을 추모하는 방식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이소룡-들>은 세기의 아이콘인 이소룡이 죽은 후, ‘포스트 이소룡’이 되고자 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가 남긴 작품은 4편이지만, 가짜 이소룡들이 만든 아류작은 공식 작품 수만 따져도 그 10배에 달한다.
게중에는 ‘짝퉁 이소룡’이 아니었으면 더 잘 됐을 배우도 있지만, 이소룡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계속 아류작에 출연한 이도 있다.
그런 까닭에 이소룡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발전했다. 이를 ‘브루스플로이테이션’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소룡의 아류작들이 우리 곁에 이소룡이 계속 살아있게 했다는 걸 이야기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이소룡-들>은 오는 이달 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