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가진 그녀가 이혼한 이유는?
당대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인기를 직접 보지 못한 지금의 세대도 그의 명성은 익히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인기가 대단한 건 사실이다.
미국 멤피스에 지금도 남아 있는 그의 집 ‘그레이스 랜드’는 주요 관광지 중 한 곳이다.
그런 그의 아내라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아니 반대로 세상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살 것이다.
영화 <프리실라>는 한때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였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 리사 프레슬리의 엄마인 프리실라 프레슬리의 회고록 <엘비스와 나>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959년 대위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텍사스에서 독일로 온 소녀 프리실라에게 자주 가는 식당에서 홍보단 소속이라는 한 군인이 엘비스 프레슬리와 친하다며 언제 파티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한다.
프리실라의 아빠는 절대 안 된다며 펄쩍 뛰고, 테리가 직접 프리실라의 아빠를 만나 허락을 구한다.
그렇게 엘비스와의 첫 만남이 성사되고, 엘비스는 9학년(우리나라 중3)이라는 프리실라의 말에 당황하지만, 다음 파티에 또 초대한다.
프리실라는 엘비스가 자기를 보고 싶어한다는 테리의 말에 설렌다.
엘비스는 진짜로 얘기만 하자며 프리실라를 자기 방으로 데려간다.
그는 아는 여자는 많아도 미국인은 없어서 프리실라가 좋다며, 얼마 전 죽은 엄마에게 소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가볍게 입을 맞춘다.
이 일로 프리실라는 엘비스에게 푹 빠지지만, 당연히 프리실라의 부모는 걱정한다.
결국 프리실라의 아빠가 상관 지위를 내세워 엘비스와 테리를 관사로 불러 왜 내 딸을 좋아하느냐고 추궁한다.
엘비스가 진심으로 프리실라를 좋아한다고 하자, 일단 통금시간을 정해 데이트를 허락한다.
그렇게 당대 최고의 스타인 엘비스 프레슬리와 중학생 소녀의 사랑이 깊어 간다.
그러나 군 복무 중이던 엘비스가 다음 해 제대하면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자, 프리실라는 슬퍼한다.
꼭 계속 연락하자며 엘비스가 떠난 후, 시간이 흘러도 프리실라는 그를 잊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엘비스가 전화를 걸어 멤피스로 초대하고 싶다며 비행기 표를 보내준다.
그렇게 두 사람은 2년 만에 재회의 기쁨을 맛본다.
엘비스는 독일에서 널 본 후로 잊을 수 없었다며, 네가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엘비스의 달콤한 속삭임에 프리실라가 몸을 섞으려 하자, 엘비스는 아직 때가 아니라며 말린다.
이후 둘은 세간의 이목에 신경 쓰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돌아갈 때가 되자 프리실라는 가기 싫다고 하지만, 엘비스가 잘 타일러 돌려보낸다.
힘들어하는 프리실라를 위해 엘비스가 직접 프리실라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좋은 가톨릭학교에 보내고, 할머니랑 같이 잘 돌볼 테니 프리실라를 멤피스로 보내 달라고 간청한다.
걱정스럽긴 하지만 프리실라가 무조건 멤피스에 가겠다고 하자 결국 허락한다.
학교에 간 첫날부터 엘비스의 여자친구라며 주목받고, 집에서도 사람들이 볼까 마당에서 강아지랑 놀지도 못하는 생활이 시작된다.
영화 촬영 후, 오랜만에 집에 온 엘비스가 또 동침을 거부하자 프리실라는 자기를 어리게만 보는 것 같아 화낸다.
엘비스는 프리실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쇼핑에 염색, 파티까지 풀코스로 대접한다.
둘은 매일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삶을 보낸다. 그렇게 프리실라는 점점 세상에 물든다. 그런 까닭에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다.
졸업 후 며칠 동안 엘비스와 단둘이 침실에서만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베개싸움 도중 자기한테 져주지 않는다며 엘비스가 버럭 화를 낸다.
게다가 정원에서 친구들과 사격 도중 눈에 거슬린다며, 옆집 창고를 밀어버리기도 한다.
엘비스가 영화 촬영 간 사이 앤 마가렛과 스캔들이 터지자 불안해진 프리실라가 촬영장으로 찾아가자 이 정도 각오도 없이 자기랑 사귀냐며, 프리실라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앤 마가렛에 이어 스쿠비까지 엘비에게 구애하자, 프리실라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1964년, 영적인 것에 빠진 엘비스는 집에서 사람들과 성경에 관해 얘기하는 와중에도 여성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프리실라와 약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프리실라가 동침하려 하면 욕구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며, 같이 철학을 탐구해 보자며 거절한다.
그런 가운데 프리실라의 아빠에게 전화를 받은 후, 철학책을 모조리 불태우고, 프리실라에게 청혼한다.
결혼 후, 프리실라가 임신하자 엘비스는 기뻐하지만, 프리실라는 아직 어린 나이라 걱정한다.
몇 달 후, 엘비스는 임신 중인 아내에게 별거를 요구한다. 가뜩이나 끊이지 않는 스캔들로 마음고생 중인 프리실라에게 너무 했나 싶어 곧바로 사과한다.
시간이 흘러 딸 리사가 태어나자, 엘비스는 “자기 아플까 봐 그런다”며 잠자리를 거부해 프리실라를 서운하게 한다.
이런 부부 사이의 문제와 별개로 엘비스의 인기는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휴식이 필요한 프리실라는 딸 리사와 함께 멤피스를 떠나 LA에서 지내며 머리를 식힌다.
휴식기 동안 프리실라는 엘비스와 자기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이혼을 요구한다.
사실 이 영화는 시각에 따라 엘비스를 좋게 볼 수도, 반대로 볼 수도 있다.
비록 10살이나 어린 중학생에게 첫눈에 반하긴 했으나, 자기 좋다고 여자들이 줄 선 톱스타가 원나잇이 아닌 진심으로 프리실라를 사랑해 아낌없이 퍼준다.
너무 보고 싶어서 자기 집에서 같이 살면서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고, 부족함 없이 살도록 모든 걸 내어준다.
심지어 엘비스에게 푹 빠져 프리실라가 먼저 동침을 요구해도, 아직 때가 아니라며 순결을 지켜주니 그가 얼마나 프리실라를 아끼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는 프리실라에게 돈 벌 생각하지 말고, 내 전화나 제때 받을 수 있게 집에 있으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프리실라를 아끼는 건 알겠지만, 밖에서 다른 여자들과 수 많은 스캔들을 일으켜 프리실라를 마음 졸이게 하고, 꼭 돈 때문이 아니라 할 일이 있다는 게 필요해 아르바이트 하려는데 하교 후 종일 집에서 엘비스의 전화나 기다리라고 하고, 집밖에 죽치고 있는 팬들의 시선이 무서워 정원에서 놀지도 못하게 하고, 툭하면 화내고, 프리실라가 옷이라도 사도 촌스럽다며 버리고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사주는 게 과연 사랑하는 걸까?
어쩌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동경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라는 자리가 프리실라 프레슬리에겐 숨도 못 쉬는 감옥이었는지 모른다.
돈 많고, 유명한 게 다가 아니다. 그것들보다 자유가 더 소중하다.
그러나 프리실라 프레슬리에겐 자유가 없었다. 쇼핑할 자유, 일할 자유, 심지어 마당에서 강아지랑 놀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과감히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졌다.
이혼 후 그녀는 연기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가라데도 배우면서 주체적으로 살았다.
영화 <프리실라>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