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벗어나고 싶은 이에게
DMZ 부근 민경(비무장지대에 무장한 군인이 들어갈 수 없으므로, 군인들에게 ‘민정경찰’ 신분을 부여한다)부대에 근무하는 북한군 규남(이제훈 분)은 탈북을 꿈꾸며 매일 밤 시뮬레이션 한다.
제대가 얼마 안 남았지만 출신성분이 나빠서 제대 후 탄광노동자가 될 게 뻔하다며 대한민국으로 가고 싶어한다.
그런 가운데 당초 일기예보보다 비가 일찍 온다고 하자 지뢰가 유실돼 위치가 바뀔까 불안해한다.
그 와중에 엄마와 동생이 먼저 탈북한 후임 김동혁이 탈북을 하다가 잡히자 규남까지 위험에 처한다.
보고를 받고 부대로 온 보위부 리현상(구교환 분) 소좌(우리의 소령급)는 탈주범이 2명이나 발생했다고 보고하면 되겠느냐며, 규남이 탈주범을 잡은 걸로 하자고 한다.
그렇게 임규남 중사는 영웅이 된다.
게다가 사단장 사위인 리 소좌의 배려(?)로 사단장 직속 보좌가 된다.
탈북을 앞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은 규남은 사단장 측근이 됐으니 오히려 기회로 삼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의 계획을 눈치챈 현상이 뒤를 쫓는다.
영화 <탈주>는 실패할 자유조차 없는 북한에게 탈출하고 싶어하는 한 군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출신성분도 나쁘고, 부모님도 죽은 마당에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규남이 자유를 좇아 대한민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 규남에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남한사람’은 마지막에 규남이 남측 군사분계선으로 넘어올 때 구조하러 오는 국군 몇 명이 전부다.
이에 대해 이종필 감독은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인 남북관계가 아닌, 북한사람들의 간절함에 초점을 두고 위해 ‘북한사람’만 나오게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긴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애둘러 가지 않고 직진하려 했다며, ‘시간 순삭’(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짐을 의미하는 신조어)을 하고 싶어서 상영시간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2년 전에 만들긴 했지만, <서울의 봄>이 개봉하기 전까진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이 줄어서) 영화계가 암담한 상황이어서 개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며, 이념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오물 풍선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지금 개봉하는 게 득인지, 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꼭 북한이 아니더라도 지금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 <탈주>는 내달 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