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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우측)

불안을 넘어 폭력적인 사춘기

영화 태풍 클 스틸컷

소마이 신지 감독의 1985년 작품인 영화 <태풍 클럽>이 39년 만에 우리나라에 정식 개봉한다.

1985년 <제1회 도쿄국제영화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2008년 <키네마 준보>가 선정한 ‘올타임 일본 영화 베스트’ 10위에 오르는 등 평단의 인정을 받은 건 물론, 1980년대 일본 사춘기 청춘을 조명하며 후대 감독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특히, 롱테이크와 롱숏을 이용해 인물을 비교적 멀리서 포착하면서 되도록 호흡을 끊지 않고 따라가는 방식인 ‘소마이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4K(UHD)로 리마스터링 해서 개봉하지만, 그래도 화질은 고려해서 봐야 한다.

불안정한 청춘에 관한 이야기는 성장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다르다.

제목만 봐서는 풋풋한 감성의 청춘물로 성장 드라마일 것 같지만, 내용은 현실의 가장 민낯을 보여준다.

특히, 두 여학생이 키스하거나 애무하는 등의 동성애 장면이나, 속옷만 입은 장면 등이 다수 등장한다.

익사 시도, 성폭력 시도 장면이나 원조교제, 폭행 장면 등이 등장해 불편할 수 있으니 감안하고 관람하기를 바란다.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장소는 수영장이다. 수영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깊고 짙은 녹색의 수영장 물은 심해를 연상케 한다.

신이 나서 뛰어오는 아이들의 경쾌함과는 대비되는 장소다.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여학생들의 발랄한 춤사위는 얼마나 그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흥겨움 뒤에는 동급생 친구의 팬티를 벗기고, 코스 로프(수영장의 레인 구분 선)로 감아 물에 빠뜨리는 폭력성이 감춰져 있다.

이런 익사 시도에도 가해자가 평소 장난기 많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남학생이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간다.

등장하는 7명의 학생은 모두 같은 반 친구로, 태풍이 온 날, 리에를 제외한 6명은 학교에 갇힌다.

리에는 절친이자 좋아하는 쿄이치와의 관계에서 불안을 느낀다.

엘리트 집안의 우등생인 쿄이치는 도쿄의 사립 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야구부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한다.

하지만, 항상 철학적인 생각에 빠져 리에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을 하곤 한다.

아침에 늦잠을 잔 날, 리에의 엄마는 이미 집에 없고 –간밤에, 집에 안 들어온 것인지, 리에를 깨우지도 않고 일찍 나간 건지 정확하지 않지만, 이불이 가지런한 것을 보면 안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엄마의 방, 엄마가 사용하는 이불 속에서 자위를 한다.

매일 함께 등교하던 쿄이치도 학교에 가버리고, 학교로 가던 길에 돌연 도쿄로 떠난다.

켄은 허름한 판잣집에서 술에 빠진 아버지와 살고 있다. 하교 후 집에 돌아와도 친절히 맞아주는 이가 없어 혼자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를 반복하며 문을 열었다 닫으며 외로움을 삼킨다.

그런 그도 반의 우등생인 미치코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남자아이의 특성을 보여주듯 미치코에게 장난을 친다.

하지만, 도를 지나쳐 과학실의 약품을 등에 부어 미치코에게 큰 화상을 입힌다.

거기에 미치코는 모범생인 쿄이치를 좋아하고, 자신에게 상해를 입히는 켄을 경멸한다.

이런 미치코의 행동에 불안을 느낀 켄은 폭풍이 오던 날, 혼자 교실에 남아있던 미치코를 성폭행하려다 자신이 남긴 등의 상처를 보고 충격을 받고 물러난다.

함께 연극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야스코와 유미는 남들 몰래 키스하거나 애무하는 등의 동성애 행동을 한다.

같은 연극부이며 친구인 미도리는 야스코와 유미에게 휘둘려 같이 땡땡이를 일삼는다.

평범한 중학생인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잔인한 폭력성, 비뚤어진 성 의식, 어른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 등 다양한 현실 문제를 다룬다.

중학생이지만 흡연이 자연스럽고 술 마시고 싶다는 이야기도 서츰치 않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은 없다. 등장하는 어른이라고는 술에 취한 켄의 아빠와 학생에게 관심 없는 선생님, 선생님 야스의 결혼을 독촉하는 여자친구의 가족들, 리에와 원조교제를 하려던 대학생(?)이 전부이다.

그들 또한 어른의 책임과 의무를 하지 않는다.

리에가 도쿄로 향하던 날 엄마는 없었고, 원조교제를 거부당한 대학생은 리에의 뺨을 때린다.

태풍으로 학교에 갇힌 학생들의 전화를 술에 취해 받은 선생님은 밖에 태풍이 부는데 왜 학교에 남아있느냐는 것에만 집중하고, 아이들의 하교를 돕지 않는다.

선생님의 행동에 화가 난 쿄이치가 선생님처럼 되지 않겠다는 말에 너도 나중에 나랑 똑같이 될 거라며 희망을 꺾기까지 한다.

켄의 아빠도 술에 취해 있을 뿐, 아들을 내버려 둔다.

영화는 마땅히 길을 제시해 주고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 어른의 부재를 꼬집으며, 사춘기 아이들의 불안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영화 후반부에 아이들이 탈의하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일탈의 정점이자 해방의 몸짓을 볼 수 있는 이 장면은 영화의 압권 중 한다.

청소년의 불안을 넘어 폭력성과 일탈, 성 인식까지 다루며 많은 문제점을 시사하는 영화로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민낯을 마주하는 것은 두렵고 불편하다. 그래도 한 번쯤은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추천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중학생이 주인공인 점을 감안하면 수위가 높다.

영화는 <태풍 클럽>은 2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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