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은 아빠의 복수
한 중년 남성이 하늘 위로 날아간 빨간 풍선을 바라보며 냅다 뛴다.
그때 차 2대가 서로 총질을 해대며 질주한다. 결국 빨간 차에 탄 이들이 모두 죽자, 남자가 복수라도 하려는 듯 파란색 차에 탄 이들을 공격한다.
그러나 결국 총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간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계속 병원에 있을 수도 없으니 퇴원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라디오에서는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거리엔 갱단을 무찌르자며 더 이상 경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문구가 보인다.
암울한 상황은 집에 와서도 이어진다. 아들이 떠난 빈자리를 보니 견디지 못할 지경이다.
GI-7이라는 갱단의 총에 맞아 무고하게 세상을 떠난 아들이 떠올라 브라이언은 술을 들이켜고, 아내는 통곡한다.
다음 날, 아들 테일러의 방 침대에 누워 죽은 아들을 그리워한다.
사건 당일, 테일러와 마당에서 놀던 중 갱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며 서로 총질을 해댔고, 그 과정에서 어린 테일러가 총에 맞아 즉사했던 것.
이에 브라이언은 아무 이유없이 죽은 아들을 위해 복수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는 담당 형사를 찾아가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용의자들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용의자들을 모조리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열심히 훈련에 매진한다. 중고차도 1대 사서 개조하고, 고배율 카메라로 놈들의 동향을 감시하면서 철저히 준비한다.
물론 실탄 사격훈련도 열심히 한다.
‘그날’이 다가오자 마침 용의자들이 브라이언의 주위에 나타난다. 지금 그냥 죽일까 하다가 놈들 옆에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몰려있자 다시 칼을 집어넣는다.
거사 전날, 브라이언은 답을 얻기 위해 갱단 조직원 1명을 집으로 데려와 정보를 캐낸다.
결박됐어도 갱은 갱인지라 위기가 있었지만, 끝내 원하는 답을 얻어낸다.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복수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거사를 치르기 전 못된 놈들이 술집 앞에서 여자를 괴롭히는 걸 본 브라이언은 그들을 처단한다.
그러나 막상 눈앞에서 사람이 죽자 견디지 못하고 구토한다.
다시 복수하러 길을 떠나고, 비행 청소년들이 총격전을 벌이자 그들을 모조리 쏴 죽인다.
이 일로 그는 GI-7의 표적이 된다.
영화 <사일런트 나잇>은 오우삼 감독이 연출하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로보캅>의 조엘 킨나만이 주연을 맡은 영화다.
마당에서 어린 아들과 잘 놀고 있다가, 갱들이 서로 총질을 해대며 지나가다가 의도치 않게 아들을 죽이자 복수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잘 그렸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 이유없이 죽어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에는 광화문 일방통행 길에서 60대 노인이 행인들을 쳐 죽이고, 급발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발진이었다면 왜 행인을 치자마자 차가 섰을까?
또, 몇 년 전엔 강남역 주위의 한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자의 칼에 맞아 죽었다.
드라마 <모범택시>에선 그래도 벌 받아 마땅한 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데, 현실에선 무고한 이들을 대상으로 범죄가 일어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지금도 통한다. 제아무리 범죄를 저질러도 돈 있고, 빽 있으면 처벌이 약하거나 아예 처벌받지 않는다.
심지어 한 여중생이 수십 명에게 강간을 당해도, 여경이 여중생 탓을 하며 가해자를 두둔하기도 한다. 이들 가해자들은 단 1명도 전과기록 없이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모범택시>나 이 영화에서처럼 ‘사적 복수’를 도모하기도 한다.
분명히 죄를 저질렀는데, 처벌도 안 받고 너무나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사법당국은 얼마나 논리적으로 변호하느냐로 죄를 가린다. 수임료가 비싼 변호사 여럿이 달라붙어 변호하면, 살인자도 처벌을 면한다.
판사를 그만두고 처음으로 맡은 사건은 무조건 승소하게 봐주는 ‘전관예우’ 관행도 뿌리뽑아야 할 관행이다.
대형 로펌을, 전관 판사를 변호사로 부릴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있다면 죄를 짓는 게 두렵지 않다.
그런 재력을 가진 재벌 총수들이 간혹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걸 보여주는 차원에서 감옥에 갇히기도 하는데, 조금 지나면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며 대통령이 사면과 복권을 시켜준다.
그러니 유죄가 선고 되도 가진 자들은 두려울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거나, 사적 복수는 범죄라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봐야 피해자에겐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사적 복수를 하게 되면 무법천지(無法天地)가 되고 만다.
법이 있어도 법대로 집행하지 않는 검사와 판사를 개혁해야지, 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니 내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나서면 우리 사회는 원시사회로 돌아갈 것이다.
영화 <사일런트 나잇>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