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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역할이 뭘까?

영화 탈출 스틸컷

안개가 자욱한 어느 날 밤, 인천공항으로 가는 다리 위에서 후원금에 눈이 먼 한 유튜버가 슈퍼카를 몰고 질주하다가 갑자기 다리 위에 가로로 멈춰선다.

이에 뒤따라오던 차들이 연쇄 추돌하고, 이로 인해 공항대교가 아수라장이 된다.

마침 작전 수행 중이던 군 수송차량에서 ‘에코’라는 개들이 탈출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청와대 안보실 차정원(이선균 분) 행정관이 신분을 밝혀도, 군인들은 방해하지 말라며 그에게 수갑까지 채우더니, 컴퓨터를 이용해 개들을 모은다.

그러나 사고 직후, 수송차량에서 탈출해 컨트롤러 칩을 파괴한 ‘에코9’이 통제를 벗어나 군인들을 공격한다.

그리고 곧이어 시스템 오류로 다른 개들도 일제히 다리 위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이유는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이 직접 승인한 ‘프로젝트 사일런스’라는 비밀작전 때문으로, 특정인의 목소리를 듣고 공격하도록 개들을 개조했는데, 실패하자 개들을 폐기하러 가던 길에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 와중에 차 행정관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대국민 사기를 치고, 차기 대선을 노리는 청와대 안보실장(김태우 분)은 자기의 안위를 위해 구조대 파견을 취소한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검찰의 ‘수사 중계’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다.

당초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바로 국내에서도 개봉하려 했으나, 주연인 이선균의 죽음으로 개봉이 1년이나 늦춰졌다.

이에 대해 김태곤 감독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광스럽게도 모든 감독이 꿈의 무대라고 생각하는 칸영화제에서 선보일 수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아서 후반작업을 더 했고, 이제야 개봉할 수 있게 됐다며, 재난영화이기에 좀 더 스릴감 있게 상영시간을 줄였다고 말했다.

또, 이선균이 촬영장에서 동선이나 캐릭터의 감정 등에 대해 현장에서 같이 고민을 많이했고, 덕분에 영화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며 이선균에 대해 회상했다.

재난영화인 <부산행> 뿐만 아니라, 그동안 찍은 모든 영화가 이번 촬영에 도움이 됐다는 김수안은 극 중 아빠 역으로 나온 이선균이 분위기를 풀어줘서 자유롭게 영화를 찍을 수 있게 해 줬다고 말했다.

안개 낀 밤에 다리 위에서 100중 추돌사고가 나면서 벌어지는 일이 주를 이루다 보니, 영화 분량의 90%에 걸쳐서 안개가 껴있고, 300대의 차를 동원해 사고 현장을 재현했다.

또 이런 거대한 스케일을 표현하기 위해 1,300평의 스튜디오에 아스팔트를 부어 진짜 다리처럼 꾸몄다고.

이와 관련해 주지훈은 실제 다리를 옮겨놓은 듯한 세트장의 규모에 놀랐고, 그래서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큰 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96분 동안 이선균이 이끌어 가는데, 이제 그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살상을 위해 군이 은밀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로 인해 사고가 벌어지자 청와대 안보실장은 자기의 출세길이 막힐까 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관객들에게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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