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이 주는 감동의 선물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는 시종일관 착한 사람들이 나온다.
이렇게 무해하고 착한 사람들이 서로서로 아껴주는 이야기를 언제 접해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요즘의 이야기들은 자극적이고 또 자극적이다. 자극적인 작품은 사람을 흥분하게 만들고, 당기는 맛이 있다.
그래서 또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고 더 많은 작품이 자극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하지만, 이렇게 잔잔히 가슴을 적시는 이야기도 필요하다.
영화를 보면서 평온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에 목 말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는 세오 마이코의 장편 소설이 원작으로 탄탄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유코(나가노 메이 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어렸을 때 미칸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유코는 하늘나라에 간 엄마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초등학생인 유코에게 어느 날 너무 예쁘고 상냥한 새엄마가 생긴다.
새엄마는 유코와 잘 놀아주고 친자식처럼 예뻐한다. 유코는 엄마가 생겨서 너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쫓던 아빠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브라질에 간다고 하면서 이 평화가 깨진다.
유코의 새엄마 리카(이시하라 사토미 분)가 브라질에 갈 수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새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지고 유코에게 누구와 살 것인지 결정하라고 한다.
친구들과 헤어지기도 싫고 새로 생긴 엄마도 너무 좋아서 새엄마와 일본에 남기로 한다.
아빠는 이런 유코의 결정을 존중해 홀로 브라질로 떠난다.
아빠가 그리운 유코는 울기도 여러 번 하고 매일 아빠가 있는 브라질로 편지를 썼다. 하지만, 답장은 없었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들이 피아노 학원에 다니자,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유코는 우울한 마음에 비를 맞으며 걷는다.
우연히 한 집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감명 받고, 그 길로 집에 온 유코는 리카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50엔을 보며 전기장판을 켜자고 기쁘게 말하는 모녀의 형편으로는 피아노 학원은 힘든 일이었다.
어떻게든 해 보겠다던 리카는 며칠 후 유코를 한 근사한 집으로 데려간다.
그랜드 피아노가 거실에 놓여있던 그 집은 유코의 새아빠 집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그 집에서 피아노도 배우며 잘 적응했을 때, 리카가 돌연 사라진다. 답답하다는 이유에서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냥 새엄마만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리카에 의해 끌려간 곳은 리카의 결혼식장.
그렇게 유코에게 세 번째 아빠 모리미야(다나카 케이 분)가 생겼다.
어찌 보면 황당하면서도 불행한 이야기다. 엄마는 자신을 낳고 사망했다.
왜 자신에게는 엄마가 없는지 엄마가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새엄마가 생겨서 너무 좋았다.
하지만, 새엄마와 아빠 사이가 틀어지고 부모는 누구와 살 것인지 정하라고 한다.
딸의 결정이라지만 친아빠는 자신의 꿈을 찾아 딸을 두고 브라질로 떠났다.
엄마가 생기니 아빠가 없어진 셈이다.
편지를 써도 답장도 없고, 형편은 점점 안 좋아지고….
그러다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말에 피아노만 생긴 것이 아니라 새아빠까지 생겼다.
새아빠와의 생활에 적응하려고 하니 엄마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그곳에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을 두고 사라져 버린다.
삐뚤어지려면 어느 순간에 삐뚤어져도 개연성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유코는 항상 웃는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런 배경에는 사랑이 있었다.
유코의 세 번째 아빠 모리미야는 매일 맛있는 밥을 챙기면서 유코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한다.
친딸이 아니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유코 또한 그런 아빠의 모습에 매일 웃는 모습으로 열심히 생활한다.
착한 사람이 착한 사람을 만나고 그 영향은 다정함과 상냥함이 넘치는 특별한 가족을 만든다.
마에다 테츠 감독은 이런 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며 큰 감동을 선사한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싶다면 단연 이 영화를 추천한다.
특별한 가족의 평범한 가족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