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 그려
1994년 작품인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독립시대>가 4K 리마스터링으로 오는 25일 국내 개봉한다.
리마스터링했다지만 1994년 작품이라 화질은 감안하고 봐야 한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나 <하나 그리고 둘>처럼 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제4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 초청되었으며 제31회 금마장에서 각본상, 남우조연상(왕백삼), 여우조연상(금연령)을 수상했다.
영화는 타이베이 동부 교외에 있는 신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블랙코미디 영화로 문화 사업가 몰리(금연령 분)와 그의 친구이자 몰리의 비서 치치(진상기 분)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무려 등장인물이 10명이나 되며 129분의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사로 한눈팔 수 없이 몰입해서 봐야 하는 영화다.
조금만 딴생각해도 대사를 놓치는 실수를 하게 된다.
남들에게는 완벽해 보이는 몰리는 사실 사업가인 약혼자 아킴의 투자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친구이자 유명한 연출가인 버디의 새로운 연극에 투자했지만, 이 연극이 몰리의 형부가 집필한 소설을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돌며 언론이 떠들썩해진다.
몰리와 그녀의 언니는 어서 표절 이슈가 잠잠해지길 원한다.
TV 토크쇼를 진행하는 몰리의 언니와 소설가인 형부는 지금 별거 상태이기 때문에 이 상황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언니가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거기에 형부는 연락도 되질 않아 가장 친한 친구이자 전담 비서인 치치에게 이 일을 맡긴다.
특별한 사유 없이 직원을 해고한 몰리의 일을 해결하기 바쁜 치치는 신입사원이자 배우를 꿈꾸는 여직원 샤오펑에게 다시 이 일을 맡긴다.
몰리의 전담 비서인 치치는 오드리 헵번 스타일의 귀여운 여성이다.
남을 배려하며 항상 상냥해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타입으로 몰리가 벌여 놓은 일을 상냥한 미소로 풀어낸다.
공무원인 남자친구 샤오밍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새로운 회사를 소개 받고 재정 상태가 나빠지는 몰리의 회사에서 나올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몰리를 생각해서 그만두기 힘들다는 얘기에 샤오밍은 화를 내고, 둘은 다투게 된다.
샤오밍 또한 요즘 계약을 어긴 거래처 사장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다.
마침 이날 거래처 사장이 아이를 안고 집을 찾아오고, 마음이 좋지 않던 샤오밍은 늦은 시간이지만 술을 마시러 나간다.
술집에 도착하니 직장 동료가 어떤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고, 그 자리에 합석하게 된다.
그 여성은 몰리의 직원이자 배우 지망생인 샤오펑이었다.
배우 지망생인 만큼 아름답고 매력적인 샤오펑과 더 깊은 얘기를 하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가지만, 샤오펑의 애인 래리가 집 앞에 기다리고 있어 샤오밍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샤오펑은 몰리의 회사에 신입직원으로 애인인 래리가 추천해 입사하게 된다.
래리는 유부남으로 샤오펑과 몰래 사귀며 그녀의 취업을 알선해 줬으며, 상사이자 친구인 아킴의 약혼자 몰리에게도 추파를 던진다.
이를 알게 된 몰리는 샤오펑을 해고하고, 치치는 또 그 일을 무마하기 위해 연출가 버디에서 샤오펑을 소개해 준다.
사업가인 아킴은 출장 중 약혼자인 몰리가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을 접하고, 친구인 래리에게 상담한다.
래리는 아킴에게 몰리가 누구와 바람을 피우는지 알아봐 준다고 하고 오히려 몰리에게 추파를 던지는 중이었다.
그러고는 연출가인 버디가 그 바람 상대라고 알려준다.
몰리, 치치, 샤오밍, 버디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로 치치와 샤오밍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지만, 몰리와 버디는 그냥 친구 사이인데, 래리는 자기 행동이 드러날까봐 버디와 바람피운 것으로 몰아간다.
영화 <독립시대>는 제목과 다르게 학연, 지연, 혈연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몰리와 치치, 버디, 샤오밍은 오랜 친구이며, 몰리와 치치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샤오밍은 치치와 연인 사이이다.
버디의 연극에 몰리가 투자를 하고, 몰리의 회사에 투자한 사람은 약혼자 아킴이다.
사업가인 아킴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래리는 자신의 내연녀인 샤오펑을 몰리의 회사에 취직시키고 친구의 약혼자인 몰리에게까지 관심을 가진다.
래리와 샤오펑과의 관계를 의심해 몰리는 자신의 회사에서 샤오펑을 해고하고, 샤오펑을 달래려고 친구이지 연출가인 버디에게 샤오펑을 소개한다.
버디는 샤오펑에게 연극 주연 자리를 주겠다며 깊은 관계를 요구하고, 이를 알게 된 래리는 분노해 샤오펑과 싸운다.
몰리와 버디의 관계를 의심해 찾아간 아킴은 몰리와 버디의 관계가 단순한 소문인 것을 깨닫자마자 버디의 조연출과 사랑에 빠진다.
이렇게 복잡하고 극단적인 상황은 처음이다.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는 마치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해 웃음과 슬픔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사랑과 비즈니스가 얽히고, 오해로 인해 인간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치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치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샤오밍은 술을 마시고 샤오펑의 집에 가려고 하거나 몰리에게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밤을 보내는 등 일탈의 기회가 온다면 언제나 일탈할 수 있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부인이 있는 유부남이지만 내연녀인 샤오펑을 두고 약혼자가 있는 몰리까지 탐하려고 하는 래리, 주연 자리를 주겠다고 샤오펑을 유혹하는 버디, 처제의 친구에게 손을 뻗치고 절친의 약혼자와 밤을 보내는 등 누구나 할 것 없이 도덕성이 결여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런 막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삭막한 도시에서 생활하는 인간들이 지닌 불안정한 모습을 담아낸다.
자기 일에 대해 고민하고, 현재 주어진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한다.
인간 사이의 복잡한 관계와 감정의 교류로 인한 오해와 충돌로 현대인의 숨겨진 외로운 모습을 과장되게 보여준다.
그사이에 드러나는 짙게 깔린 외로움은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영화 <독립시대>는 불안정한 도시 생활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도덕적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각 인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배신하며, 타인의 고통을 외면한다.
이는 마치 깊은 수렁에 빠진 듯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어둠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도덕적인 붕괴를 맞이한다.
이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가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영화 <독립시대>는 꼭 극장에서 보길 바란다.
이유는 밀폐된 공간에서 집중해서 봐야 그 의미가 더 깊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사가 많고 산만한 부분이 있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쉬워 극장에서 집중해서 보길 추천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