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스르는 고다르의 영원한 청춘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국외자들>이 오는 25일 국내 개봉한다.
이 영화는 미국 작가 돌로레스 히친스의 소설 <바보의 황금>(Fool’s Gold, 1958)을 원작으로 프랑스 누벨바그의 정신을 담아 탄생한 실험적인 영화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카메라, 자유로운 편집, 그리고 즉흥적인 연기는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런 고다르 감독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니 개봉 소식만으로도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영화에는 아르튀르, 프란츠, 오딜 세 사람을 주축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프란츠와 오딜은 영어 수업에서 만난 사이이다.
파리 근교에 이모와 사는 오딜은 이모가 거액의 현금을 집에 숨겨둔 이야기를 프란츠에게 한다.
프란츠는 친구인 아르튀르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오딜을 설득해 함께 돈을 훔치기로 한다.
처음에는 거절했던 오딜도 아르튀르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고 결국 이 일에 가담하게 된다. 하지만,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영화 <국외자들>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주자인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작품으로, 실험적이며 혁신적인 스타일이 특징이다.
영화를 통해 고다르 감독만이 가진 독창적인 시각을 만날 수 있다.
처음 오프닝만 보더라도 주인공 세 명의 클로즈업 된 얼굴이 매우 빠른 속도로 교차한다.
1964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초월한 세련된 연출은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주인공들의 젊은 혈기를 나타내듯 영화 곳곳에 달리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자전거를 타거나 차를 타고 달리기도 한다.
중앙선을 넘어 아슬아슬하게 질주하고, 보도블록 경계를 넘어 차를 주차하거나 유턴하기도 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9분 45초 만에 돌아본 미국인을 이기기 위해 박물관을 뛰어다니기도 한다.
일상적인 순간에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물들의 모습은 젊음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젊은이의 자유와 반항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뜬금없기도 하다.
이런 뜬금없음은 갑자기 등장하는 내레이션에도 있다.
영화의 흐름을 끊는 듯한 갑작스러운 내레이션은 몰입하던 관객을 화면 밖으로 끌어내며 오히려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독특한 장치로 작용한다.
거기에 내레이션이 나올 동안은 BGM(배경음악)도 사라진다.
이런 장면도 있다. 카페에서 할 말이 없으니 1분간 침묵하자고 말하자 진짜로 1분간 배우들은 침묵하고 모든 소리는 소거된다.
단순히 말 없음이 아니라 Mute 상태로 완전 소리 제거 상태로 말이다.
이런 실험적인 영화 스타일은 신선한 충격을 주며, 오히려 더 궁금하게 만든다.
세 사람의 삼각관계도 복잡하다.
프란츠와 오딜이 먼저 영어 수업에서 만나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르튀르가 나타나 오딜의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는다.
오딜은 아르튀르 때문에 이모의 돈을 훔치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범죄 계획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르튀르가 계속 설득하자 그만 넘어가고 만 것이다.
오딜은 사랑이었는지 몰라도, 아르튀르는 그런 사랑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대로, 프란츠는 호감이 무시당하자, 오딜에게 거친 모습과 위하는 모습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사랑에 갈등하고 질투에 힘들어하며 배신에 분노하는 다각적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성숙한 사랑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아직 그들의 인간관계는 미숙하며, 욕망에 더 충실한 모습이다.
이러한 미숙함과 욕망은 젊음이 가진 특징이자 매력이 아닐까?
영화 <국외자들>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에 영향을 준 영화로도 유명하다.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의 대사 ‘발 없는 새’는 <국외자들>을 오마주한 것이다.
<몽상가들>에서는 영화 속 장면을 흉내 내기 좋아하는 주인공들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뛰는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다.
영화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는 고다르의 영화 중 <국외자들>을 가장 좋아해 그의 제작사 이름을 똑같이 짓기도 했다.
많은 영화와 영화인에게 영향을 준 고다르의 영화를 통해 독특하고 신선한 영화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국외자들>은 단순히 범죄 영화를 넘어, 젊음과 자유, 그리고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예술 작품이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젊은 감각을 잃지 않은 이 영화는, 새로운 세대에게도 큰 영감을 줄 것이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