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영화제]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이번 제18회 장애인영화제(PDFF) 경선부문에 출품된 영화 <언뮤트(unmute)>는 시리아 부근 요르단에 사는 한 청각장애인 소년 싸미의 모습을 그린 페이크 다큐(fake documentary)다.
전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싸미는 어느 날 아침 엄마에게 달려가 어제 밤 자신이 드디어 소리를 들었다며 좋아한다.
방바닥에 귀를 대고 있을 때 분명히 소리를 들었다는 것. 하지만 엄마는 기뻐하기 보다는 그냥 꿈꾼 것 아니냐며 시큰둥하게 대한다.
그때 아침뉴스에서는 어제 밤 시리아에 공습이 있었다며 전쟁의 참상이 그대로 노출된다.
그가 어제 방바닥에 귀를 대고 들었다는 그 소리는 다름 아닌 전쟁으로 인한 진동이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소리를 들었다며 좋아하던 그 소리가, 굳이 듣지 않아도 좋았을 전쟁의 참혹함이었다는 점을 알게 된 싸미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드디어 듣게 되었다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것을 통해 이 영화는 전쟁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다.
참고로 이 작품을 연출한 김우식 감독은 과거 한 청각장애인 소년이 “소리를 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