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통하면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아
올해 개최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 영화 <청설>이 국내 개봉을 확정하고 지난 28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지니TV 등 일부 OTT를 제외하고, 넷플릭스, 티빙 등 주요 OTT에서 원작 <청설>이 내려간 상황이라, 리메이크작을 보기 전 원작을 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에 2010년 국내에서 개봉한 <청설>과 이번에 우리나라에 리메이크한 <청설>이 뭐가 다른지 위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우선 남자주인공이 청각장애인 수영선수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러 갔다가, 한 수영선수의 자매에게 반한다는 설정은 같다. 하지만, 원작에선 수영선수의 ‘동생’에게 반하는 반면, 이번 리메이크 작품에선 ‘언니’에게 반한다.
2. 원작에선 ‘양양’이 오토바이 접촉사고를 당하자 병원에 데려다 주면서 MSN ID를 묻지만, 이번 작품에선 ‘여름’의 오토바이가 고장난 걸 보고 자기가 고쳐 놓을 테니 우선 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가라며 자연스럽게 핸드폰 번호를 교환한다.
3. 여름의 오토바이를 고치러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에 간 ‘용준’은 이후로도 이 친구와 ‘여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용준의 친구는 원작에 없는 새로 추가된 캐릭터다.
4. 원작에선 양양에게 반한 천활이 계속 도시락을 갖다주자 양양이 돈을 주겠다고 하지만 천활이 받지 않자 양양은 매번 자기가 먹은 도시락을 스케치북에 그린 후, 가격을 적어 놓는다. 반면, 이번 작품에선 용준이 도시락을 갖다주거나 데이트 비용을 낼 때마다 여름이 칼같이 돈을 준다.
5. 원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청각장애인 수영선수들이 비장애인 아동의 부모들이 “병이 옮으면 어떻게 할거냐?”는 몰상식한 민원을 제기해 수영장을 옮기는 장면이 추가됐다. 참고로 장애는 질병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옮지도 않는다.
6. 원작에선 천활이 양양과 둘이 놀러 간 사이 언니 샤오펑이 사고를 당하지만, 이번 리메이크 작품에선 용준이 여름, 가을 자매와 셋이 클럽에 놀러 갔다가 언니는 데이트 좀 더 하고 들어오라며 먼저 집에 간 가을이 사고를 당하는 걸로 수정됐다.
7. 원작에선 양양이 수영선수인 언니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조금 자세히 보여주는 반면, 이번 작품에선 여름이 동생 가을과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국제수어를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뒀다.
8. 원작에선 자매의 아버지가 아프리카 선교사로 봉사하는 중이라 모습이 화면에 등장하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선 자매의 부모 모두 청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이 추가됐고, 부모 모두 모습을 드러낸다.
9.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랑 연락이 안 돼서 힘들어하는 남자 주인공이 사실 상대가 청각장애인이라고 털어놓는 상대가 원작에선 아버지이지만, 이번 작품에선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라는 점도 다른 점이다.
10. 청각장애인 가족을 돌보기도 바쁜데, 자기를 좋아하는 용준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름에게 여름이의 엄마가 가족이라고 무조건 돕는 건 동정이라며, 손 내밀면 도와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원작과 달리 새로 추가된 장면이다.
11. 용준의 친구가 우연히 여름이의 동생 가을이에게 반해 직진하는데, 원작엔 친구 캐릭터가 없으므로 이런 내용 또한 새로 추가된 내용이다.
12. 원작에선 마지막에 샤오펑이 자기의 꿈을 위해 다시 한번 도전하는 걸로 끝나지만, 이번 작품에선 가을이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걸로 끝나는 것도 다른 점이다.
다만, 남자주인공의 부모가 자기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걸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두 사람을 응원하는 모습이나, 남자주인공이 수영장에서 프러포즈 연습을 하는 걸 들은 여자주인공이 자기가 오해했다는 걸 깨닫는 장면과 남자주인공의 부모 앞에서 갑자기 말을 하는 여자주인공의 모습 등 주요장면은 그대로 따왔다.
이에 대해 기자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선호 감독은 원작의 순수하고 감성적인 면을 가져온 후,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탠 게 차이라며, 두 나라의 정서가 달라 오히려 똑같이 만들면 어색할 것 같아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설득력을 갖게 하기 위해 (여름을 동생이 아닌) 언니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사 없이 수어(手語)가 많은 장면을 차지하는 까닭에 관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사운드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며, 대만 관객들도 이 부분을 주목하며 원작과 비교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어 연기가 많아 국내 영화임에도 자막이 많지만, 요즘 OTT 활성화로 자막에 익숙해진 만큼 관객들이 이 부분에 저항감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연애에 있어서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는 영화 <청설>은 내달 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