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속지 마세요
오늘은 2편의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공교롭게도 2편 모두 일본 영화인데, 제목을 보고 선택하면 후회할 수 있으므로 제목에 속으면 안 된다.
영화 <4월이 되면 그녀는>
언뜻 봐서는 이야기가 중구난방처럼 보이지만, 남자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따라가면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볼리비아 우유니를 혼자 여행 중인 하루가 예전에 함께 이곳에 오기로 약속한 후지시로에게 편지를 보낸다.
한편, 후지시로는 과거 자기의 환자이자 연인이었던 야요이가 갑자기 사라지자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하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여생을 보낸 요양원으로 간다.
하루가 쓰던 카메라를 받아온 후지시로는 사진을 인화하고, 야요이가 찍힌 사진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달려간다.
문제는 제목이 확 와 닿는 그런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용을 정리한 걸 미리 보고 영화를 보면 그나마 이해가 쉬운데, 그렇지 않으면 내용 파악도 힘들다. 오는 13일 개봉.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제작된 지 41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을 하게 됐다. 소설 <씨앗과 파종자>가 원작인데, 데이비드 보위와 류이치 사카모토, 기타노 다케시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영화음악의 거장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이 영화에 출연뿐 아니라, 처음으로 영화음악감독으로 데뷔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위치한 일본군 포로수용소가 배경이다.
연합군 포로들이 갇혀 있는 이곳에 ‘기관총 잭’이라고 불리는 영국군 잭 셀리어스 소령이 들어오자, 그의 재판 과정에서 인상깊게 그를 지켜본 요노이 대위가 잭에게 여러 호의를 베푼다.
그러나 요노이 대위가 연합군 포로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고, 이 과정에서 포로들에게 48시간 동안 금식하도록 명령하도록 잔혹한 면도 보인다.
41년 전 작품을 디지털 리마스터링 해서 화질에 한계가 있는 건 이해한다고 해도, 배경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대사가 안 들릴 정도이고, 일부 장면은 이야기가 튀는 느낌이 있어 재미가 반감된다.
특히 이 제목을 들으면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로 캐롤을 부르며 휴전했다는 일화가 떠오르는데, 이 영화는 그런 내용과 거리가 멀다. 오는 20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