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일 막아야
파리의 아침 최저기온이 26도를 기록한 가운데, 낮엔 42도까지 오를 것이란 뉴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더 끔찍한 일은 이같은 이상기후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남미에서 산성비 때문에 2억 명이 죽었다는 뉴스도 보도된다.
함께 뉴스를 보던 아빠는 다 헛소리라며 무시하지만, 산성비가 모든 걸 녹인다는 말에 셀마(파스장스 문헨바흐 분)는 불안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에서도 산성비 피해가 관측된다.
불안한 셀마의 엄마가 보호관찰 중인 남편을 억지로 데리고 셀마를 데리러 학교에 간다.
그러나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할 셀마가 야외수업에 갔다는 말을 듣고는 남편에게 재촉한다.
하지만 중간에 도로가 봉쇄돼 더 이상 못 가는 상황이 되자, 엘리스(라에티샤 도슈 분)가 차에서 내린다.
그때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천둥이 치자, 두 사람은 셀마를 찾기 위해 경찰의 통제선을 뚫고 냅다 차를 달린다.
중간에 미셸(기욤 캐넷 분)은 차에서 내려 마굿간에 가고, 엘리스는 차를 몰고 계속 길을 간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미셸이 먼저 셀마를 찾아낸다.
이렇게 세 가족이 가까스로 만나지만,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도로에서 사람들이 아무 차나 타려고 해 난리도 아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도 모르게 그 난리통을 벗어나긴 했는데, 차가 망가져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차에 묻은 산성비를 닦고, 얼굴을 천으로 감싸고, 셀마의 외삼촌과 만나기로 한 곳까지 이동하던 중 차가 완전히 고장나 버렸다.
문도 제대로 안 열려 간신히 탈출한 세 사람은 일단 빈 건물에 들어간다.
다음 날, 날이 밝자 행렬에 섞여 국경을 지나 다리를 건너던 중 많은 인파로 인해 경찰이 더 이상 못 가게 막는다.
엘리스만 다리를 건넌 상황에서 다리가 무너지려 하자, 도망치던 엘리스가 강물에 빠진다.
산성비가 섞인 후라 곧바로 엘리스의 몸이 녹는다.
그렇게 셀마는 눈앞에서 엄마가 죽는 걸 보면서도 딱히 아무 것도 못한다.
중간에 만나기로 한 셀마 외삼촌과도 연락이 안 되자, 두 사람은 일단 군 트럭을 타고 대피소로 향한다.
도중에 길이 봉쇄돼 5킬로미터나 남은 상황에서, 모두 차에서 내려 대피소까지 걸어가던 중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영화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는 모든 걸 녹이는 산성비 때문에 대재앙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극 중 미셸처럼 무슨 비 때문에 사람이 죽느냐며 무시하는 독자가 더 많겠지만, 산성이 강하면 철 등이 녹는 건 상식이다.
이상기후로 산성비의 산성도가 높아지면, 어쩌면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때로는 상상력이 풍부한 영화감독의 예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영화처럼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니라, 환경영화다. 우리가 왜 지구를 사랑해야 하는지, 인간이 환경을 오염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 와 닿기 때문이다.
영화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