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스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전하는 메시지
부탄의 민주주의 도입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린 영화 <총을 든 스님>이 오는 내달 1일, 새해 첫날 개봉한다.
총과 스님이라니, 쉽게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평화를 이야기하는 스님은 익숙하지만, 살상 무기인 총을 든 스님은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 초반, ‘라마’가 총 두 자루를 구해 오라는 말을 하면서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라마는 스님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존경받는 스승으로, 높은 지식과 덕망, 수행력을 갖춘 이들을 일컫는다.
라마의 뜻을 받들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총을 구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의 배경은 2006년, 오랜 왕정 국가 부탄의 국왕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통치권을 이양하는 격변의 시기다.
전통적인 통치 방식에서 새로운 민주주의가 도입되면서 온 나라가 술렁인다.
입헌군주제로의 전환을 위한 첫 총선을 앞두고, 모의 선거가 치러질 시골의 작은 마을 우바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처음 해보는 투표는 모든 이에게 어색하기만 하다.
선거 감독관은 파란당, 빨간당, 노란당으로 당을 나누고 마을 사람들에게 투표 연습을 시킨다.
한편, 총기 수집을 위해 부탄에 온 미국인은 남북전쟁 당시의 총을 발견하고 거액을 제시하며 구매하려 한다.
하지만 총 주인은 그 총을 라마에게 제물로 바친다.
거액을 벌 기회였지만, 그 총에 많은 부탄 사람이 희생된 역사를 기억하고 기꺼이 스님에게 총을 내어 준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불교 중심적 가치관의 충돌은 부탄의 문화적 차이와 세대 차이를 드러낸다.
어쩌면 스님과 총의 부조화처럼, 전통과 현대 사상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투표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에 어이없어하는 미국인과 처음 해보는 모의 투표에 어리둥절해 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대비를 이루며 부탄의 현실을 보여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의 선거 연습을 통해 마을 사람들은 서로 편을 나누어 반목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행복을 위한 정치적 자유와 참여가 오히려 마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선거 감독관을 돕는 초모는 남편의 정치 개입으로 가족 관계와 주변 환경이 변해 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가치, 지금 하는 투표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전통적인 방식과 민주주의 제도가 충돌하며 마을은 혼란과 갈등을 겪지만, 종교의식을 통해 다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전통문화와 민주주의 제도가 갈등을 겪더라도 결국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듯하다.
특히, 부탄이라는 낯선 나라의 영화를 접할 좋은 기회이며, 민주주의 제도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는 영화는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부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 히말라야의 웅장한 모습과 전통 건축물의 조화를 통해 시각적인 아름다움 또한 선사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