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아닌 친구가 필요하단 걸 깨닫길
갑자기 미확인 비행물체가 어디선가 나타나자, 놀란 시민들 때문에 도쿄 일대가 일순간 쑥대밭이 된다.
2039년 도쿄박람회를 앞둔 일본 정부는 혼란에 빠진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러, 공부를 제법 잘 하지만 대학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코야마 카도데는 일부러 내신을 망친다.
그녀는 과연 좋은 미래라는 게 있을까 생각한다. 3년 전, 5천 미터에 달하는 미확인 비행물체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모든 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껏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으니 말이다.
코야마의 엄마는 UFO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걱정돼 집에서 고글과 마스크를 쓰고 지낸다.
급기야 도쿄를 떠나 보다 안전한 도시로 이사 가자며, 코야마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사원’(UFO에 탑승한 외계인의 주장이다)을 발견한 코야마와 절친 온땅은, 우리가 원래는 평화를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기로 마음 먹는다.
이에 코야마는 친구들에게 매일매일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데몬즈’가 결성되지만, 좋은 일을 한다며 나쁜 사람들을 처단하면서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온땅이 코야마를 말리지만,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이는 마치 부정선거를 밝혀내고, 종북세력을 척결하겠다며 각료들의 만료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직무정지)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리 세상을 좋게 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 행위 자체가 올바르지 않으면 소용없다.
히틀러도, 김일성도 모두 그들이 내세운 명분 자체는 좋았다. 순수한 게르만족 혈통을 보존하겠다, 모든 백성이 공평한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게 나쁜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인종청소’이고, 공산국가 건설이기에 우리가 그들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특별한 힘을 지닌 ‘스틱’을 손에 넣은 코야마가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나쁜 사람들을 처단하는데 과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냐 생각해 볼 문제다.
결국 자기의 ‘힘’을 남용하던 코야마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나서, 자기에겐 힘이 아닌 친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지닌 대통령이 그 힘을 남용해 지금 탄핵 위기에 처해있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그는 지금 수사도, 재판도 거부한 채 공관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셀프 감금’되어 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힘’이 아니라 ‘친구’라는 걸 이 작품을 통해 깨닫길 바란다.
애니메이션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은 오는 8일 개봉하며, 파트2는 내달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